北 대일비난 속..6자회담 日무역할 눈길

“일본만은 6자회담 재개에 기여한 것이 없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다짐하는 가운데 참가국 중 일본만이 회담 재개를 위해 한 일이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북한의 이같은 언급은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 등을 거론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앞서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4일 G-8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일본 외무성 관료의 발언에 대해 “일이 제대로 되자면 일본으로서는 한쪽켠에 비켜서서 문제의 해결과정을 구경이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비꼬았다.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도 2일 “6자회담은 조(북).미사이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으로 여기서는 이 문제 외에 다른 문제가 논의될 수 없다”며 이 회담에서 납치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일본의 주장은 “회담 진전을 방해하려는 고의적인 책동”이라고 비난했다.

사실 제4차 6자회담 재개 합의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납치문제 등을 통해 복잡성을 야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방북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7면담, 미국의 뉴욕채널 재가동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적극적인 행보,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 연기와 중국측의 외교적 왕래 등의 노력과 대비된다.

심지어 러시아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세르게이 미로노프 연방회의(상원)의장 등을 평양에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핵문제 등을 논의한 것과도 비교되는 대목.

마치무라 노부나카(町村信孝) 외상이 4일 “북핵문제에 인내가 한계수위에 달했다”고 말하는 등 대북 강경 목소리를 주도적으로 내놓았지만 대북접촉 등 회담 재개를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은 사실상 전무했다.

북한과 미국의 4차 6자회담 일정 합의 소식이 알려진 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회담 재개가 북한의 시간벌기에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다소 부정적인 언급을 내놓았다.

이같은 일본의 입장으로 미뤄 6자회담이 재개되면 일본은 북한과 양자접촉을 통해 납치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북한은 핵문제에 논의를 집중하자는 취지아래 일본의 입장을 일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해말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짜유골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일본의 대북강경론에 대해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도쿄를 통해 워싱턴으로 가는 시도를 둬차례 하면서 일본과 관계개선이 대미관계 진전으로 이어질 수 없음을 깨달은 것 같다”며 “일본은 이번 6자회담에서도 납치문제 등을 거론하려고 하겠지만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일본은 북한과 관계개선을 통해 한반도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경제적인 축을 염두에 뒀었지만 지금은 북한을 국내정치용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워싱턴을 거쳐 도쿄로 가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