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일관계 ‘해법’보다 ‘압박’에 무게

북한이 7일부터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회의에서 성과물을 내겠다는 기대를 애당초 접은 채 일본을 거세게 압박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과 미국은 베를린 접촉과 ’2.13합의’를 통해 관계정상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일본은 납치문제를 내세우면서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국교정상화 논의와 대북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일본이 납치문제를 내세워 2.13합의에 따른 대북지원에서도 6자회담 참가국 중 유일하게 빠진데다가 걸핏하면 대북압박의 잣대로 지원불참을 운운하는 행태가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은 5일 이번 실무회의를 전망하는 평양발 기사에서 “일본의 태도변경이 없는 한 실무회의에서 긍정적인 결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조선(북)의 일반적인 견해”라며 납치문제의 기해결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일본당국이 총련과 소속 동포들에 대한 탄압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데 대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조선신보는 “(북한)민심이 가리키는 최우선 과제는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벌어지고 있는 총련과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탄압을 즉시 중지시키는 것”이라며 이번 실무회의에서 총련탄압 중지를 최우선 의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총련 탄압을 대북적대정책의 일환으로 규정하면서 적대정책이 지속되는 한 북일간의 내실있는 대화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와 진전의 전제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였던 것처럼 제재를 받으면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북한의 원칙적 입장은 일본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 대해 적용된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이같은 강경 입장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북.미관계 해결여부에 따라 북.일관계도 풀릴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지금은 강경 일변도 입장을 취하더라도 6자회담 참가국 중 유일하게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일본 외교의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결국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선신보가 “조.일의 교착상태가 계속되더라도 6자회담의 틀거리 안에서 일본의 고립이 보다 심화될 뿐이고 그만큼 조선은 유리하다”며 “이번 실무회의 결과가 6자회담 진전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때 다른 참가국들의 따끔한 시선이 쏠리게 되는 것은 조선이 아니라 일본일 것”이라고 분석한데서도 이러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아베 정권이 7월 중의원 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국내정치적 이해에 따라 대북강경행보를 걷고 있지만 선거 이후에는 다른 참가국들과 발을 맞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나름의 정세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군다나 북한은 대북 압박 일변도 정책을 펴왔던 부시 행정부가 핵실험 강행이라는 초강경 대응 이후 관계정상화로 입장을 선회한 ’선례’로부터 대일 강경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신보가 “조선은 정세의 전환적 국면을 스스로 열어놓았다는 자부를 갖고 일본과의 관계에서 오늘의 대결상황을 촉발시킨 책임을 추궁하고 그것이 초래한 후과(결과)를 똑똑히 계산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데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납치문제가 향후 테러지원국 해제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 핵폐기 과정에서 ’돈줄’인 일본의 보상 등 장기적인 관리 차원에서 최소한 회담을 파국으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인 납치 문제 덕분에 급부상한 아베 총리의 입장에서는 국내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은 납치된 일본인의 소재에 대해 최대한 성의를 보이고 일본은 납치와 관련한 근거없는 주장이 유포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관계정상화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해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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