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의원 후보들은 선거운동 한다? 안한다?

며칠 전 한국에 함께 온 김명옥(39)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에서 선거는 북한과 전혀 다르네요. 거기서는 선거를 할 때마다 아이, 어른 모두 너무 힘들었는데 이곳에 오니 자유가 있어 너무 좋고 편하네요.” 너무 솔직한 말이었다.



마침 텔레비전에서 4·27 재·보궐선거에 나온 각 지역 후보들의 선거운동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다. 후보자들이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 “낮은 자세로 살겠다”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지지를 호소하는 하는 모습에 북한의 선거가 떠올랐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도·시·군 인민위원회 대의원 선거가 있다. 5년마다 실시된다. 당에서 이미 선정된 사람들에게 형식적으로 투표하는 날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당연히 대의원 후보들도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다.



보위부원 출신 탈북자 이종혁(41) 씨는 “북한의 대의원들이 주민들 앞에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들어도 못봤다”며 “한국의 의원들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말했다.



오히려 선거철이 되면 가장 바쁜 것은 소·중학교 학생들이다. 한 달여 동안 학교 수업과 가창대 활동(아침저녁 한 차례씩 꽃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주민들은 선거장꾸리기에 동원된다. 선거장을 꾸리는데 드는 비용도 주민들에게 부과된다. 선거 당일은 새벽부터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선거장 밖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야 한다. 북한의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정치행태에 학생과 주민들만 고통스러울 뿐이다.


일주일 전쯤부터 선거구 주변의 공공장소와 선거장에는 해당 대의원의 사진(증명사진 크기)과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 둔 A4용지 크기의 전단이 붙는다. 하루벌이에 바쁘고, (전단지는)눈에 잘 띄지도 않기 때문에 대의원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당일 선거장에 가는 주민들이 대다수다.



투표하는 방법도 한국과 다르다. 선거장에 들어가기 전에 선거인명부에 사인을 하고, 투표용지를 받아서 선거장에 들어가면 앞에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이 걸려있고 그 앞에 ‘찬성’ 투표함이 놓여있다.



형식상 ‘반대’ 투표함도 구석에 놓여 있지만 모두 찬성함에 투표용지를 넣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위원이 투표함 앞에서 ‘찬성함’을 가리키며 “투표용지는 이곳에 넣으십시오”라고 안내하기 때문에 반대함에 넣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한국처럼 기표를 따로 하지 않는다. ‘비밀’투표는 생각지도 못하는 것이다. 찬성률 100%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에서는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선거에 불참하면 중범죄인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오면서 상황은 변했다. 북한 당국이 가장 꺼려하는 ‘자본주의 황색바람’이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9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현인숙(45) 씨는 “2008년 도·시·군 대의원선거 당시 우리 마을에서만 선거에 불참한 사람이 7명이나 됐다”며 “보위기관에서는 그 대상들을 호출해 돈을 요구했다”고 전하며, 당시 주민들은 ‘새로운 법이 나왔다’고 보위기관의 조치를 비웃었다고 말했다.



현 씨에 따르면 당시 공민증이 없었던 주민들은 임시 공민증 발급 등에 필요한 돈 5000원을 내라고 하자 홧김에 불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쌀 1kg이 1300원 정도였다. 이후 선거가 끝날 때쯤 마을로 돌아왔는데 결국 선거인명부 대조로 발각돼 보위부로 끌려가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한 달 안에 1인당 3만원씩 낼 것을 약속하고 구류장 신세를 면했다고 현 씨는 전했다. 그것도 ‘배려’ 차원이다. 



특별한 사유가 있을시 거주하고 있는 곳의 투표소가 아닌 곳에서도 선거당일 투표가 가능하지만, 신고 절차가 복잡하고 선거에 혼돈을 가져온다고 교양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용되지 않는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은 ‘이동투표함’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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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