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의원선거 정치일정 정상화

북한이 남한의 국회의원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오는 3월8일 실시한다고 공고함에 따라 그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으로 미뤄져온 북한의 정치 일정이 그의 건강회복과 더불어 정상화하는 양상이다.

북한은 3월 선거를 치른 뒤 한달정도의 정비기간을 거쳐 4월초나 중반께 12기 최고인민회의를 구성해 전체회의를 열고 그동안 미뤄온 입법안과 예결산, 인사문제 등을 처리하게 된다.

북한은 당초 작년 8∼9월 대의원 선거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8월 중순 뇌질환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진 뒤 선거가 미뤄져 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치료 및 재활기간을 가진 뒤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11월부터 공개활동을 본격 재개한 것으로 보도된 뒤 새해 들자 선거 실시가 공고된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안정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7일 “북한의 선거 공고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일정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최근 군부대 시찰과 공장.기업소 방문에 나서고 있는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공개행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최고인민회의 선거가 이뤄지고 정치일정이 굴러가면 김정일 위원장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결국 선거를 결정한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후 처음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전체회의에는 김 위원장이 빠짐없이 참석해 각종 의안에 대한 투표에서 당원증을 들어 투표해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은 새로 구성되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에도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오는 4월엔 김 위원장이 약 700명의 대의원 앞에서 움직이는 ‘활동사진’을 외부 세계에 공개하게 될지 주목된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여러모로 `비정상적인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헌법에 명시된 정치일정이 장기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비정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부정적 이미지가 덧쌓일 수 있다는 점도 북한이 새해 들자마자 최고인민회의 선거에 나서도록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헌법상 선거일 2개월전에 선거를 공고하도록 돼 있다.

제12기 최고인민회의가 구성되면, 1998년 10기, 2003년 11기에 이어 제3기 `김정일 체제’가 만들어지는 셈이어서 북한 권력 엘리트층의 세대교체 등 변화 여부와 방향이 제1 관심사이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최고인민회의가 선임하는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를 포함한 부위원장단과 위원 등 사실상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자리잡은 국방위원회 구성이다.

조명록 제1부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원회의 구성원들이 고령이라는 점에서 어떤 새로운 더 젊은 인물들이 충원될 것인지가 이슈다.

특히 아직 건강이 완전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을 대신하는 북한 국정의 `2인자’로 떠오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국방위원회에도 진출해 당권과 공안권에 이어 군권에도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대목이다.

현성일 책임연구위원은 “국방위원회 구성원 상당수가 연로한 만큼 세대교체는 아니더라도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수혈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내각은 이미 지난 연말 경제부처 등의 수장이 다수 교체된 만큼 큰 폭의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 헌법상 최고인민회의는 국가의 대내외 정책을 수립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대외적으로 어떤 정책을 표명할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오는 20일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한 북한 문제 전반의 해결을 주장하는 버락 오바마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중국은 올해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북중 친선의 해’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새로운 최고인민회의가 관련된 언급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한은 그동안 철저히 미국에 맞춰가는 정책운용을 해온 만큼, 이번에 적극적인 대미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신년 공동사설에서처럼 북미간 우호적 분위기를 만드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하고 “중국과 관계에서는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인민회의는 또 매년 봄 예결산과 경제정책을 집중 토의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경제분야를 중요하게 다룰 전망이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 말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 방문에서 2012년 ‘강성대국’ 달성을 위해 4년밖에 남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과거의 ‘천리마운동’과 같은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를 일으킬 것을 주문한 뒤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이 이를 강조하고 나섬으로써 새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과 인적 쇄신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성일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경제문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만큼 최고인민회의도 이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김연철 소장은 “2012년 목표 달성을 위한 체제정비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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