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외 평화공세 `김정일 얼굴’

최근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국면전환을 꾀하면서 취하는 행보의 전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중반 와병했다가 재기한 후 지난해말부터 북한 군부가 전면에 나서 대외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그 결과 대립과 제재.압박 국면이 전개되는 것을 김 위원장이 나서 수습.정리하고 복구하는 양태다.

군부가 전면에 나타날 강경행보를 주도할 때도 모두 김 위원장의 승인을 거쳤겠지만,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에 쏟고 있는 ‘평화 공세’는 김정일 위원장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는 국제정치적으로 단순히 김 위원장의 이미지 개선 차원의 상징조작에 그치지 않고 북한 내부의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선 무엇보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목표를 달성하고 후계체제를 정착시켜 체제안정을 꾀하는 것이 현재의 고립과 제재 환경에선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 군부가 주도한 대외 강경책들은 김 위원장의 와병에 따른 북한 권력층의 체제불안감과 후계체제 구축 필요성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오랜기간 북한을 관찰해온 전문가들의 눈엔 무전략, 무질서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래 지난 60년간 ‘자력갱생’을 외쳤지만 동서 냉전시대엔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권의 지원과 원조로, 냉전 종식 이후엔 중국의 북한 붕괴방지 차원의 지원과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존해 유지돼온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1월 김정운 후계 내정,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5월 제3차 핵실험을 통해 김 위원장의 와병때문에 흔들렸던 체제의 내부 정비를 대체로 마무리한 뒤 잠시 소강상태를 거쳐 미국 여기자 카드로 국면전환에 본격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북한 대내외적으로 제재와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직접 면담하고 미국엔 여기자들 석방을, 남한엔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의 석방과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지원을 각각 `시혜적인’ 카드로 활용했다.

그는 이를 통해 특히 대내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대결전”에서 승리한 것으로 포장할 수 있게 됐다.

전면에 나선 김 위원장의 등뒤엔 장성택 국방위원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있다고 일부 대북 소식통들은 말한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장성택 부장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며 “그가 김 위원장을 내세워 정책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는 김 위원장의 현 건강상태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과 면담에서 ‘겉으로’ 나타난 것과 다른 평가가 깔려 있다.

김 위원장은 작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후 재기했지만, 올해 들어 정신.육체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며 이 때문에 장 부장이 여전히 김 위원장을 대신해 일상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장은 김 위원장 수준의 강력한 권력기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군부 강경세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어 그동안 외무성과 노동당 통일전선부 등 대미.대남정책 주무기관들의 의견이 배제되다시피 했다는 것.

그러나 군부 주도의 ‘묻지마’식 대외정책이 변화된 국제정세 속에서 종래 보지 못한 대북 제재와 고립만을 가져옴에 따라 북한 지도부 내에서도 혼란을 초래했다고 일부 소식통은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 부장이 대외정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국정운영에서 한발 빠져있던 김 위원장을 다시 앞으로 끌어내 대외적으로 국면전환을 꾀하면서 내부적으로 군부에 대한 견제 효과도 얻고 국정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것.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를 제외하고는 15년간 공개 석상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장 성택 부장의 부인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최근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자주 동행하는 것도 장 부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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