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사관 방문’ 탈북자, 방송출연 횡설수설

최근 남한거주 탈북자가 베이징 주재 북한 영사관으로 찾아가 “나는 탈북자인데,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한 사건이 있었다. 남한 정착 11년째인 탈북자 김형덕씨가 주인공이다.

언론은 북한 영사부를 찾아간 김씨의 대담한 행동을 크게 보도했다. 탈북자들도 다소 엉뚱해 보이기도 하는 김씨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김씨는 23일 KBS 라디오에 출연, 진짜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탈북자 사회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김씨는 처음에 “탈북자들이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의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물론 좋은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김씨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이야기가 옆길로 새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거론이 ‘폭력’이라?

김씨는 ‘북한인권의 당면한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문제도 물론 포괄적인 인권문제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는 ‘이산가족 상봉’보다 훨씬 시급한 과제들이 더 많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탈북자들이 어디 김씨 뿐이겠는가. 북한이 민주화가 되기 전에는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탈북자들이다. 설사 가족들을 만난다 해도 가족들의 비참한 상황을 보고는 또 피눈물로 돌아서야 한다.

백보를 양보해서 탈북자들의 이산가족상봉 문제도 중요하다고 치자. 그런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김씨의 발언은 그 다음에 이어졌다.

김씨는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와 남한의 노력이 ‘폭력’이라고 말했다. 북한인권을 거론하는 것이 어떻게 ‘폭력’이 될 수 있나? 인간의 초보적인 생존권을 억압하고,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죽음의 수용소를 운영하고, 재판도 없이 공개처형 하고 있는 정권이 폭력정권이지, 어떻게 이를 고발하는 의로운 행동이 ‘폭력’이 될 수 있나?

김씨는 또 북한인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감성과 이성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말한 감성과 이성이라는 용어를 무슨 뜻으로 사용했는지 이해가 되지도 않지만, 폭력정권에 원칙적이고 보편적인 인권문제를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이성적인 접근태도가 아닌가.

베트남이 북한보다 더 열악?

이 대목에서부터 김씨는 ‘막 나갔다’. 그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보다 더 열악한 베트남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라고 했다. 지금의 북한정권과 이미 개혁개방된 지 오래된 베트남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으며, 베트남이 북한보다 열악하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문제는 김씨가 전혀 공부도 하지 않고 방송에 출연한 것이었다. 개혁개방 후 베트남은 먹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고, 얼마 전에는 식량 1천톤을 북한에 지원도 했다. 북한처럼 정치범 수용소도 없고, 백주의 공개처형도 없다. 김형덕씨는 인터뷰에 나가기 앞서 베트남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나갔어야 옳았다.

한번 잘못 나가기 시작하자 김씨의 궤변도 이어졌다. 김씨는 DJ정부 시기 김정일에게 준 5억달러 문제로 특별검사를 채택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논리는 “북한을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었다”는 것이다. 북한정권을 달래기 위해 돈을 준다면 앞으로도 김정일 정권을 달래기 위해 또 돈을 주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김씨는 횡설수설에 가까운 말을 늘어놓았다. 같은 탈북자이지만 낯이 화끈거려 차마 듣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사실만 말해야 옳다. 방송이나 언론에 나갈 때는 더욱 그렇다. 탈북자들이 한마디 잘못 말하면 남한 국민들을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덕씨 뿐 아니라 우리 탈북자들 모두가 그렇게 해야 한다.

한영진 기자(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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