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모내기철 시작에 발맞춰 외화벌이 회사를 총동원해 중국에서 비료를 수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내부 소식통이 15일 알려왔다. 북한이 지난 1월 초 내각 명의로 ‘무역일꾼협의회’를 열고 전국의 모든 무역회사들에게 비료를 수입해 헌납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양강도 혜산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중국과 무역이 재개되자 광물을 수출하는 외화벌이 기업소들이 당국의 지시에 따라 현물 대가로 쌀 대신 비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현재 수입 물품의 상당부분은 비료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료 가격이 50kg 당 120위안(한국 돈 22000원정도)에 거래되나 관세가 비싼 편”이라고 덧붙였다.
함경북도 회령소식통도 “최근 국경세관을 통해 비료수입이 증가하면서 시장에서도 비료가격이 작년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국경세관 주변에서도 외화벌이 회사 사장들이 비료 수입을 위한 면담, 수속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번 비료 수입 대책이 국가적인 증산 운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소식통은 “현재 농촌지원 총동원 기간은 아니지만 일반 주민들은 물론 군인들까지 동원하여 농촌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해년마다 비료 부족으로 농업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북한의 비료 소비량은 연간 총 155만 톤 규모이지만, 비료공장들의 실제 생산량은 45만 톤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매년 20-30만 톤에 달하는 비료를 북한에 지원했다.
북한에는 흥남비료공장을 비롯해 11개의 중소 비료생산 공장이 있지만 주로 질소, 인 비료만 생산하고 있다. 카리비료와 복합비료는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특히 대부분의 공장들이 60년대 이전에 설립돼 노후한 상태인데다 전력과 인정광(비료원료), 무연탄 등의 부족으로 비료 생산에 차질을 빚어왔다.
북한당국은 유엔 대북제재와 관련한 중국 경제적 원조 등이 줄어들 가능성을 대비해 식량 증산에 매진하고 있을 공산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각 단위별 외화벌이회사들에게 비료 수입에 매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단둥시의 무역관계자는 “지난 기간 국가 간 거래와 무상지원을 통하여 북한에 비료가 많이 들어갔지만 올해는 외화벌이를 통해 비료수입을 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계약이나 면담을 요구하는 북한 무역상들이 모두 비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천구에 거주하는 한 탈북자는 “지난기간에도 비료수입은 외화벌이 회사들이 했지만 무상지원과 국가 간 거래를 통해 들여오는 비료보다 질이 형편없이 낮다”면서 “중국에서 가짜비료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아 질소비료인 경우 질소가 20%정도 밖에 되지 않아 자체로 생산하는 퇴비보다 못한 비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