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조치로 대북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가운데, 북한 당국이 남한의 방송에 현혹돼 탈북하는 주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인민반회의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방송을 통해 우리(북한)를 대상으로 한 반(反)공화국 선전을 하고 있으니 모든 주민들은 각성하라는 내용의 인민반회의가 어제 저녁에 있었다”면서 “회의는 ‘박근혜 도당의 반공화국 압살책동에 속아서 조국과 민족에게 등을 돌리고 탈북하는 주민들이 있으면 안 된다는 내용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낮에 퇴비동원으로 지친 주민들은 ‘우리는 남조선에서 방송을 하는지 어쩌는지도 모르는데 피곤한 사람들을 불러놓고 굳이 이런 회의를 하는가’라며 불만을 보인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소식을 알려주는 셈’이라며 ‘(국경)연선에 철조망을 치고 담장을 쌓고도 뭐가 불안해서 탈북하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입속말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회의가 끝났는데도 집으로 갈 생각을 않고 ‘어떤 내용의 방송을 하는지도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한국방송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했다”면서 “동네에서 따스(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으로 불리는 주민은 ‘회의에서 한국의 방송내용을 이야기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뒤가 켕기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양강도는 군사분계선(DMZ) 지역이 아니어서 한국의 방송이 이곳까지 들리지 않는데 당국이 이런 회의를 한 것은 아마도 한국방송을 접한 남쪽 지역 주민들을 통해 자본주의 사상이 유포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또 “최근 퇴비 전투동원과 7차 당대회 관련 각종 행사 등으로 정신없는 우리에게 한국에서 방송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꼴만 됐다고 비아냥거리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우리 보고 탈북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도망가지 않게끔 나라가 잘 살 수 있게 만들면 될 것 아니냐’며 ‘숨막히는 생활이 지속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탈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