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 “회담·지원에 환상 갖지 말라”

“그 무슨 회담이 진행되고 여러 분야에 걸쳐 접촉과 내왕,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적들의 본성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24일 ‘자력갱생은 우리의 생명이다’ 제목의 장문의 논설에서 미국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제국주의자들”, “외세”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이같이 말하고 “우리가 강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외세에 의존해 무엇을 해보겠다는 것은 강국 건설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이 결코 선의에 따른 것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이 논설은 북핵문제 진전으로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 등 북미관계가 호전되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변화하는 북미관계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서 ‘이제는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미국의 지원과 투자에 의존해 경제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와 환상이 생길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우려와 경계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주목된다.

신문은 먼저 핵실험이나 북미관계 개선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누구한테 굽실거리지 않으며 모든 일을 우리의 의도, 우리의 결심, 우리의 이익에 맞게 해나가고 있다”며 “이제는 그 누구도 우리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을 함부로 유린하거나 모독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러나 미국의 식량지원 등을 의식한 듯 “정치군사적으로 예속시키지 못한 나라들을 원조나 인도주의적 지원의 공간을 이용해 거머쥐려는 것은 제국주의자들의 상투적인 수법”이라며 “제국주의자들이 세계 도처에서 내흔들고 있는 돈주머니는 인민들의 자력정신을 마비시키는 마약”이라고 비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표출했다.

특히 “적들이 속에 칼을 품고 달려드는데 우리가 조금이라도 환상을 가진다면 그것은 제 손으로 제 무덤을 파는 것과 같다”며 대미관계가 진전돼도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적’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아울러 “저들에게 필요하다면 국가간의 협정이나 공약도 서슴없이 휴지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제국주의의 강도적 생리는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문은 또 “정세가 어떻게 변해도 제국주의자들의 본성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으며 적들에 대한 환상은 죽음”이라며 “시련과 난관이 지속되면서 일부 사람들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상정신적 동요는 결코 스쳐 보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경계했다.

신문은 “사람이 공짜의 맛을 들이게 되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힘으로 살아나가야 한다는 정신이 사라지고 자기 것을 외면하게 된다”면서 “그 어떤 나라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으며 도와줄 형편도 못된다. 설사 도와주겠다고 해도 그 누구의 자선에 운명을 내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제 밑천이 없는 나라는 설사 황금소나기를 맞는다 해도 일떠서기 힘들다”며 “우리의 강성번영에는 외자 도입이라는 말 자체가 있을 수 없고 남의 것에 대한 모방도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우리는 승리에 대한 신심이 부족한 현상, 사업에 대한 무책임성과 권태증, 난관 앞에 주저앉는 나약한 태도,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기를 앉아서 기다리는 소극적인 일본새(일하는 자세) 등 자력갱생의 혁명정신과 배치되는 온갖 사소한 요소와도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여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에 의거해 현존 기술장비와 생산공정들을 개건(개선)하는 것, 이것이 적은 투자로 높은 실리를 보장할 수 있는 우리 식의 자력갱생 방도”라며 첨단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