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 협상라인-美 파트너들 구면 많을 듯

앞으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이뤄질 북미간 각종 외교협상에 나설 양측의 협상 파트너들은 서로 구면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현재와 앞으로 북한의 대미 협상라인은 1990년대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를 상대했던 인물들이고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협상엔 클린턴 행정부 사람들이 다수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4년간 북미간 협상 파트너들은 이미 10여년 전에 상대의 협상 기술과 습성을 꿰고 있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 때 북한을 상대했던 미국의 전.현직 외교관들은 북한 외교관들과 협상 때 처음엔 고성과 위협적인 언사가 당혹스러웠지만 나중에 진지한 협상이 가능해졌다며 대북 협상에서 ‘인내’의 효용성을 깨달은 점을 회고하기도 했다.

특히 차기 미 국무장관에 내정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임기말 북한 방문을 실제로 진지하게 검토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는 남편으로부터 독립적인 정치인이지만 1994년의 제네바 기본합의를 비롯해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과 이룬 각종 합의를 옹호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클린턴 내정자는 이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부터, 국무장관 시절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경험이 있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 등 클린턴 행정부 때 대북정책을 지휘했던 인사들의 자문을 받아온 만큼 이들의 대북 경험이 클린턴 내정자의 대북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고위층에서 뿐 아니라 실무 책임자급에도 북한에 익숙한 클린턴 행정부 인물들이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차기 행정부 시대 미국과 협상에서 가장 주요한 북한 인물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그는 클린턴 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실무 주역으로 북미 협상 역사의 북한측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외교의 제갈공명’으로 통하는 그는 1986년 북한 관료로는 젊은 나이인 47세에 외교부 제1부상에 임명돼 고 김일성 주석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엔 얼굴마담격인 외무상을 제치고 김 위원장에 대한 직접보고 체계를 갖고 북한의 외교정책을 좌우하고 있다.

그는 최근에도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활동에 수행인물로 자주 등장, 외교참모로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북미간 협상에 참여하기도 했던 케네스 퀴노네스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김일성 주석을 면담하던 자리에 강석주 제1부상이 배석할 정도였다며 “그는 김 주석이 부를 때마다 천천히 일어나서 고개를 숙인 뒤 존경어린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강 제1부상은 제네바합의 이후엔 직접 대미 협상의 일선에는 나서지 않은 채 협상을 기획.지휘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지난 2000년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특사방미 때 동행하기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미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만나 북미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체결하기도 했던 조명록은 북한내의 강경세력으로 분류되는 군부를 대표해 나섬으로써 당시 북미관계 개선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1998년 김정일 체제가 본격 출범하면서 현 직책에 올랐으나 고령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최근 공식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1994년 제네바합의 때 차석대표로, 수석대표인 강석주 제1부상을 도왔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미국 민주당의 대북 협상가들에 익숙한 인물.

김 부상은 부시 행정부 때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로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담판을 통해 ‘2.13합의’와 ‘10.3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북미협상의 실무주역으로 나서기 전인 클린턴 행정부 때도 북미 미사일 회담과 테러관련 회담 등에 북측 수석대표로 활동했고, 1994년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판문점에서 영접하기도 했다.

부드러운 외모와 매너 뿐 아니라 영어는 물론 불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93년 북미 고위급 회담 당시 카운터 파트인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대사와 어울린 자리에서 유창한 불어실력을 과시하며 불어를 더듬거리는 허바드 전 대사의 진땀을 빼도록 한 것 때문에 미국측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퀴노네스씨는 회고했다.

작년 북한 외무성으로 복귀한 리용호 전 영국 대사도 과거 각종 대미 협상을 통해 미국 민주당측과 구면이다.

북한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대미 전문가로 북한 외교를 이끌어 갈 차세대로 주목받는 그는 1990년대초부터 핵 뿐 아니라 군축, 인권,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주요 대미 외교 현안을 다루는 각종 협상에 핵심 멤버로 참여했다.

앞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인권, 군축,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협상을 시도할 경우 그의 활동이 남다를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정확한 직책은 알려지지 않았다. 리용호 역시 2000년 10월 조명록의 방미에 외무성 순회대사 자격으로 수행했었다.

북한의 대미외교의 거점 역할을 하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외교관들 가운데서도 북미간 `뉴욕채널’의 북측 창구인 김명길 차석대사는 미국 대선 때 오바마 캠프의 한반도정책팀장이었던 프랭크 자누지와 자주 접촉해온 사이다.

그는 2007년엔 자누지와 만나 ‘넌-루거 프로그램’의 북한 적용 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으며, 이후에도 자누지의 방북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현안에 대해 대화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누지는 특히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의 보좌관이기도 해 김명길은 대북 협상파인 바이든 부통령측과 직접적인 채널을 가진 셈이다.

미국에서 대선이 실시된 지난달 4일 방미해 오바마측과 접촉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은 부시 행정부 때 6자회담 북측 대표단원으로 활동하기 앞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내며 뉴욕채널 역할을 수행해 역시 민주당의 대북 협상라인과 친숙한 편이다.

퀴노네스씨는 그에 대해 말이 거칠지만 유머를 갖춘 인물로 평가하기도 했다.

리근 국장의 후임으로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낸 한성렬 군축평화연구소 대리소장도 앞으로 오바마 행정부와 협상에서 눈여겨볼 인물중 한 사람.

특히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은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 압박정책이 고조기이던 2004년 반경 25마일 이내로 여행이 제한된 한성렬 당시 차석대사의 워싱턴 방문을 실현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를 설득해 성공하기도 했다.

한편 조명록을 따라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사실상 네번째 부인 김옥씨도 미국의 민주당측과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상적인 인연을 맺은 인물로 분류된다.

당시 김 옥은 김선옥이라는 가명과 국방위원회 과장 직함으로 방미, 조명록이 월리엄 코언 국방장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등과 면담할 때 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옥씨는 김 위원장의 측근에서 조언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정일-김옥과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공교롭게 얽힌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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