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방문 이후 미북간 대화재개 가능성을 두고 외교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군사적 도발을 이어온 북한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억류 중이던 여기자들을 석방하면서 대미(對美) 화해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대북제재의 출구를 찾으려는 의도가 들어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단 북한으로서는 여기자들을 석방하면서 자신들의 통 큰 외교와 대화 의지를 전 세계에 선전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 여기자 석방이 당장 미국의 태도를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의 제재 범위를 좁히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여기자 석방 문제 이외에도 여러 현안에 대해 포괄적인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미북 양자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풀어보자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클린턴 방북 이후에도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은 양국 관계 개선이 북한의 행동에 달려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이 먼저 핵 폐기를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무역과 금융제재를 해제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내세운 북핵 접근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민간차원’의 방북이라며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7일 미북간 대화재개와 관련,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분간 미국의 여론과 정치적 분위기를 충분히 관찰한 다음 클린턴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을 현실화 하기 위한 행보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의 직접대화는 아니었지만 대화의 물꼬를 텄기 때문에 당분간 뉴욕채널 등 비공식 대화를 통한 미·북간 입장조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핵물질의 제3국 불이전을 약속하고 불능화 조치를 재개하면 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유 교수는 “주변 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신뢰를 갖고 기다릴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북한은 믿음을 줄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라면서 “현대아산 근로자 문제나 나포된 어선 문제도 실리위주의 전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