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때 이른 무더위로 서울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고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선풍기와 에어컨 등 여름 가전 시장이 호황을 맞았고, 관광업계에서는 여름 패키지 상품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건강을 위한 보양식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때 이른 무더위를 어떻게 대처할까?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이맘때쯤이면 여름 나기를 준비하느라 주민들의 손길이 바쁘다. 북한 주민들이 여름철을 대비,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것은 바로 ‘몸보신’이라고 한다. 냉방 전자제품을 구입하기도 힘들뿐 아니라 설령 구비해 놓는다고 하더라도 잦은 정전으로 인해 사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무더위엔 단고기(개고기), 돼지고기 등을 즐겨 먹는다. 다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주민들은 국수나 인조고기밥(콩으로 만든 인조고기 사이에 밥을 넣은 음식)을 찾기도 한다.
이외에도 냉면, 오이나 미역냉국을 먹거나 맥주나 까까오(아이스크림), 얼음물 등 먹으면서 무더위를 이겨낸다. 또한 수영장, 바다, 계곡이나 강가에 가서 수영을 하면서 물고기를 잡아서 어죽을 먹기도 하고, 녹음기를 틀어 놓고 유희오락을 즐긴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평양출신 탈북민 최민석(가명)씨는 30일 데일리NK에 “북한은 휴가철이 따로 없다. 그래서 주민들은 휴일에 각자 도시락, 돗자리, 양산을 들고 대동강이나 근처 야유시설로 피서를 간다”면서 “평양 주민들은 한 번 피서를 가는데 대형 버스까지 대여해서 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대동강 등지에서 속옷차림으로 수영을 하면서 더위를 식히는 사람도 종종 있다”면서 “이를 본 일부 사람들은 ‘저거 딱 봐도 촌놈이야’라면서 비웃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시골에서는 농장원들이 일하다 더우면 강변에서 목욕을 하거나 그들 밑에서 땀을 식히면서 쌈밥에 미역냉국 마신다”면서 “시내 사람들은 냉면, 까까오를 사먹거나 맥주나 사이다, 콜라 등 청량음료를 마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서 큰 강가나 계곡으로 피서를 가기도 한다”면서 “이때는 꼭 가마솥과 장작, 술, 녹음기를 챙겨가곤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군복무하다 탈북한 이기명(가명)씨는 “북한에 ‘군민일치(軍民一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때문에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철에는 군부대 인근 지역 주민들이 간혹 후방사업(음식대접)을 나올 때 시원한 냉면이나 냉국, 얼음물을 준다”면서도 “근데 이는 옛날 말이 됐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쁜데 누가 군대를 챙기겠냐”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