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내외에 체제단속 경고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5일 북한 군사시설 정탐 등의 혐의로 내.외국인 간첩을 체포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외에 발표한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간첩 사건’ 발표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으나 아직 구구한 추측 수준이며, 정부 당국자들과 북한 전문가들도 분석에 극히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반북 정탐.모략 활동의 주체를 외국정보기관의 정보요원이라고 밝힌 대목은, 해당 외국과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함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이 2.13 합의의 이행 국면에서 미국, 일본 등과의 대외관계 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대외적인 협상.압박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북한이 최근 외부로부터의 정보유입과 내부 정보의 유출을 통한 체제와해에 극도의 경계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체제 단속을 위한 대내.외 경고용 발표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과거에 없던 일 = 북한이 내부적으로 간첩 혐의자를 적발해 처벌하는 경우는 대부분 즉각 공개하지 않아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 북한 언론매체들의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게 상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례없이, 국가보위부 대변인이 나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다만 이번 사건도 체포 날짜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또 북한이 1998년 김진경 옌벤과기대 총장과 재미동포 이광덕 목사, 1996년 소설가 김하기씨 등을 ‘간첩활동’과 관련이 있다며 억류한 적이 있으나, 2000년대 들어선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보위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체포된 사람들이 사용한 정탐 장비들이 최첨단이라며 압수품목을 자세히 밝혔을 뿐 아니라, 일본의 소니 상표가 붙어 있으나 내부 전자제품은 “소니사의 제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지 못하다”고 상표 도용 가능성도 제기하는 등 꾸민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인상도 줬다.

북한의 발표 내용만으로 보면, 이번에 적발된 사건은 외국인과 북한 주민들이 결합된 것이라는 전례없는 일이다.

북한 당국은 “외국정보기관에 흡수된 첩자들과 그자들을 조종지휘하던 정보요원을 체포했다”고 발표해 외국인 1명과 복수의 내국인을 체포했음을 시사했다.

◇대내외 경고 =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에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까지 겹치며 민심이 흉흉해지자 최근 중국과의 국경지역에서 ‘숙박검열(외지인조사)’이나 ‘비사그룹빠(비사회주의 그룹) 검열’ 등 각종 단속을 벌여왔다.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지난달 소식지를 통해 “북한 당국이 최근 평안북도 신의주지역에서 간첩 색출을 한다면서 검열을 시작한 데 이어 함경북도 국경지역에서도 매일 숙박업소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외국정보기관의 정보요원은 “무역일꾼”을 가장했고, 이 요원에 포섭된 북한인들도 “제3국에 드나드는 우리 일꾼들가운데 일부 불건전한 자들”이라고 북한 당국이 말한 것은 외국 출입이 잦은 외화벌이꾼을 주된 대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강한 경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또 이번 사건을 그동안 주장해온 ‘제국주의의 반공화국(북한)책동’이나 ‘반공화국 심리모략전’ 등 외부세력의 침투를 입증해주는 사례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서방 인권단체 등의 대북 정보주입 노력에 강력한 제동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례적으로 보위부 대변인을 통해 국내외에 발표한 것은 주민들에게 사상단속의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외부세력의 대북 체제전복 기도 등 주장에도 훨씬 힘을 실어줘 외세에 대한 경계심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간첩 혐의자들의 “일거일동을 예리하게 주시하던 공화국(북한)의 반탐 일꾼들”이 이들을 현장에서 체포됐다고 밝혀 이번 사건을 상당기간 조사해왔음을 시사했다.

북한 보위부 대변인은 이날 반북 ‘심리모략전’에 대해 “적대세력은 심리적 효과를 노린 대조선 모략방송을 하루 24시간 계속 불어대고 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해 최근 몇해동안에만도 소형 라디오 1만1천700여대, 이색적인 전자제품과 전자매체물 265만여점, 삐라 1만여매를 우리 내부에 들이밀었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는 또 “최근 우리나라에서 외부로부터 들어온 생활용품들에서 (숨겨져 있다) 회수된 정탐기재만 해도 수백점에 달하고 있다”며 “그중에는 컴퓨터에 무선 송신기를 은닉시켜 입력되는 모든 자료들이 자동적으로 송신되도록 한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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