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잰걸음…南대선 의식한 듯

북한이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과 이달 중순 제1차 총리회담에 이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남측에 보내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김용순 부장에 이어 북한의 통일전선부장으로는 두 번째 남쪽을 방문하게 되는 김양건 부장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을 만나 ’2007 남북정상선언’ 합의사항의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국방장관회담이 열리고 있고 문산-봉동간 화물열차 정기개통에 합의하는 등 남북관계가 잘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번 김 부장의 방문은 잘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더하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성격이 강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특정 현안을 논의하기보다는 남쪽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 관계자들과 만나 애로를 청취하고 거제 조선단지를 시찰하는 게 주된 방남 일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북측은 남측 고위 당국자 및 경협관련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고 정상선언 이행문제를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조선협력단지 건설, 3통문제 해결 등 경협사업 추진에 필요한 현장을 직접 시찰하고 경협에 대한 상호 공감대도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이번 김 부장의 남한 파견은 임박한 남쪽의 대선을 의식, 남북관계를 다음 정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상태’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 다양한 남북간 현안에 대해 합의해 놓은 상황에서 이러한 합의가 물 건너 가지 않도록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남북총리회담을 위해 방남했던 북한의 김영일 내각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면담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라면서 “’10.4 선언’이 빈 종잇장이 돼서는 안된다”고 전했었다.

정상선언을 이행해나갈 동력을 갖춰야 한다는 북한측의 판단은 개성공단 3통문제에서 전폭적인 양보와 총리회담 합의문으로 이어졌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최근 국회 정보위와 가진 비공개 면담에서 “북한측이 총리회담에 적극 임한 것은 차기 정부에서도 남북관계 협력의 끈이 유지되도록 사전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북한이 6자회담 ’10.3합의’를 통해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에 합의하고 이행하는 가운데 미국과 금융실무회담을 여는 등 북미관계가 개선의 흐름을 타고 있는 상황에 병행해 남북관계를 관리할 필요성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을 반영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 목표를 뚜렷이 정하고 그 실현을 위해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해”온 결과라며 이는 “동북아시아 국제관계의 재편 과정과 잇닿아 있다”고 말했었다.

북한을 고립으로 이끌었던 한반도 냉전구조를 깨뜨리고 북한이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선 북미관계 개선 뿐 아니라 남쪽의 지원도 절실한 만큼 대선 이후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상회담 합의의 이행을 거듭 다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남측의 대통령 선거 이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남쪽에 보내게 되면, 현재의 남북관계를 다음 정권으로 이어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만복 원장은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우리가 협조하면 남쪽에 내려올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그 시기는 가급적 민감한 대선 기간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의 방남까지 성사된다면, 이번 김양건 부장의 남한 방문과 더불어 12월 중순까지 빡빡하게 짜인 각종 남북회담과 행사 일정을 통해 남북정상선언이 이행궤도에 오로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주선으로 대통령당선자와 김 상임위원장간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데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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