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결단촉구’…정부 대응은

북한이 12일 남북간 육로통행을 다음 달 부터 엄격히 제한.차단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판문점을 경유한 남북 직통전화를 모두 단절하기로 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통보의 의미와 향후 예상할 수 있는 추가 조치에 대한 분석을 병행하면서 대응 방안을 놓고 관련 부처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北, 어떤 조치 염두에 뒀나 = ‘통행을 엄격히 제한.차단하겠다’는 뜻이 무엇인지 모호하지만 일단 전면 차단은 아니며 출입자 선별을 까다롭게 한다거나 출입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뜻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즉 현재 100명의 신청자 중 서류 미비 등으로 4,5명꼴로 방북을 불허하던 것을 수십명 단위로 불허함으로써 최소 인원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정해진 출입시간 대를 축소 조정,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활동에 추가적인 불편을 초래하는 조치 등이 가능해 보인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배 박사는 “단계적으로 남북관계 차단조치를 해나가겠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본다”며 “당장 개성공단을 중단할 경우 자신들이 입게 될 피해가 큰 만큼 통행에 장애를 초래하는 우회적 조치를 1차적으로 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북측의 통보내용 자체만을 보면 ’제한’이라는 용어가 있고 12월 1일이라는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차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한 설정한 대남 통첩 의미는 =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남북 화합과 대결, 통일과 분열을 가르는 시금석’이라는 언급과 함께 시작되는 북측의 이번 발표는 12월1일을 시한으로 설정한 일종의 대남 통첩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때까지 6.15, 10.4 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자신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나서는 길과 남북관계 전면 차단으로 가는 길 중 하나를 택하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지난 달 군사실무회담 등에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을 경고하며 거론한 민간 단체의 삐라 살포 중단을 언급하지 않은 채 두 선언에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미뤄 ‘개별 현안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갈 생각이 없으니 두 선언의 이행에 대한 입장을 바탕으로 큰 틀에서 풀것인지 말지를 결정하라’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여기에 더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를 문제삼으며 판문점을 경유한 남북 직통전화를 차단한 것은 남측의 정책 전환 없이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상징적인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역시 지난달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에서 언급한 ‘남북관계 전면 차단’ 조치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런 입장에는 자신들과 직접 대화를 하겠다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입성을 예약한 상황에서 대미 관계 개선에 ‘올인’함으로써 살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은 대미관계가 개선될 경우 우리 정부는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대북정책을 전환해서 남북관계를 풀든지,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한 남북관계 전면 차단을 감수하든지 택하라고 요구하는 듯 하다”고 풀이했다.

◇정부 어떻게 대처할까= 정부는 일단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북한이 우리의 대화 요구에 호응할 것을 재차 촉구하는 것으로 1차 대응했다.

또한 논평에서 ‘6.15, 10.4 선언의 이행을 위해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이행에 관한 문제를 협의하자’고 했던 종전 입장에 비해 다소 진전된 듯한 입장도 내 놓았다.

북한이 이날 발표를 통해 6.15, 10.4선언 이행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문제삼은데 대해 ‘두 선언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다 강한 레토릭으로 표현한 셈이다. 또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개성공단 활성화 의지와 대북 삐라 살포를 자제시킨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 정도 대응으로 북한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결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통첩’을 무시한 채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거나 구체적인 대화를 제의함으로써 최소한 급한 불을 끄는 방향으로 나가는 길 중 택일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정부는 북한의 비난과 강경한 태도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견지하면서 현안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현재 정부의 기조를 밝힌 바 있다.

‘원칙 견지’에 무게를 둘 경우 북한이 대남 태도를 바꿔 남측과 당국간 대화에 나서기를 기다리는 현재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남북관계의 악화를 막되, 북한의 압박에 굴하는 모양새로 남북관계를 풀어가지는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해 오고 있어 ‘원칙 견지’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경우 80여개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그 하청업체들이 입게될 타격이 고민거리다. 더 나아가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경제 상황 속에 남북관계 긴장이 갖고올 대외적 이미지와 그에 따라 기업들이 입을 수 있는 음양의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북측의 이번 통보 역시 이런 점들까지 계산한 것으로 보이며 정부가 이런 요인들에 무게를 둘 경우 장관급 회담 또는 고위급 군사회담 등 구체적 대화를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그동안 ‘정신을 존중하며, 만나서 이행방안을 협의하자’고 해온 6.15, 10.4 선언을 당장 ’전면 이행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정부가 택할 방안 가운데 하나로 한.미를 포함한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지만 6자회담의 틀이 이달 안에 가동될지도 불투명하고 현재 미국이 정권 교체기에 있다는 점 등에서 공조의 효과를 당장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시한까지 설정한 북한의 이번 발표로 상황이 더 암담해진 듯 하지만 정부가 남북관계의 현상을 타개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더 느낄 수도 있기에 오히려 대화복원을 위한 노력이 활발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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