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압박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2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최후의 궁극 목표”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워싱턴 기자간담회 발언을 비난하면서 “우리는 이미 선포한 대로 그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김영철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통문에서 12월1일 군사분계선 통과 엄격 제한조치를 밝히며 남측당국이 “현 북남관계가 전면 차단이라는 중대기로에 놓여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북한 적십자회 대변인은 같은 날 판문점 남북직통전화 단절을 밝히면서 “북남관계의 운명은 남조선보수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결국 이번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지난 12일 이후 10여일간 남측의 조치들을 평가하고 남북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군부의 전통문과 적십자 성명 이후 남한 정부가 통신 자재.장비 지원 입장을 밝히고 대북지원민간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 대북전단지 살포 단체에 대한 자제 요청 등 잇달아 대북유화책을 내놓았지만 북측은 이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발언 등으로 미뤄 남측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2일에는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 총회의 대북 인권결의안이 인권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에서 채택되고 우리 정부가 이미 발표한 것처럼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함으로써 북한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박덕훈 차석대사는 표결에 앞서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은 무분별한 반민족적 반통일적 행위이고, 북한의 존엄성과 체제에 대한 도발”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북한은 그동안 남북관계든, 핵문제 등 우선 경고를 해놓고 자신들이 뱉은 말을 실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따라서 이제 북한이 본격적인 가시적인 행동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직접대화 추진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당선인 주변에서는 취임 이후 100일 내 대북특사 파견이나 외교관계 수립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도 북측을 고무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북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미국 공연 성사를 코리아 소사이어티측에 부탁한 것도 북한 당국이 북미관계 개선에 기대를 가지고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북미간 양자협의와 관계개선을 통해 남측을 우회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의 조치는 남북관계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개성공단이 과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개성공단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 공급을 더욱 까다롭게 한다든가 통행빈도를 제한하는 조치들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12일 전통문을 보낸 군부가 주도적으로 후속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본다”며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와 같은 지원업무를 하고 있는 기구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북경협시민연대 김규철 대표는 “북측은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와 토지공사 상근자를 준공무원 성격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관광객 총격사망사건 이후 금강산 지역에서 한국관광공사와 면회소 관련 인원들을 추방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출입경 강화조치에 대해 “인적, 물적, 차량을 대상으로 방북절차를 까다롭게 할 것”이라며 “통행 횟수와 시간을 대폭 축소하고 공단 기업 관련 출퇴근자를 제한하고 일반 방북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측의 조치가 한번에 개성공단 철수 등을 취하기 보다는 앞으로 단계적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위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북측이 단계적으로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본다”며 “최악의 상황으로는 개성공단 철수까지를 염두에 둔 조치들이 계속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철 대표는 북측이 앞으로 출입경 통제 강화조치→상근자 추방조치→신규인력공급 거부 및 태업 등 직접적인 입주기업 압박→개성공단 입주업체 설비 철수 조치 등으로 북측이 조치의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