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남북교류 사업에 대한 강도높은 통제 조치를 발표한 배경에는 대내외적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북한의 낙관적 정세 분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내년도 식량사정에 대한 자신감이 한몫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의 내년 식량 사정이나 경제 상황이 남한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전하고 있다.
또한 북측은 자신들의 대외전략에서 대남의존성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저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초 미국에서는 공화당 보다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의 외교관계도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경색은 체제 유지에 당분간 불리함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北, 내년 식량문제 자신감 갖고 있는 듯
올해 북한은 비록 비료수급에 한계는 있었지만 특별한 자연재해를 겪지 않고 무난하게 한해 농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10월 29일 북한 농업부 리일섭 대외협력국장은 신화통신 기자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17% 증가한 468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바 있다. 통상 북한은 도정을 거치지 않은 곡물로 총생산량을 집계하기 때문에 올해 북한의 곡물 총생산량은 실제 410만 t에 근접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이 북핵폐기 2단계 조건으로 제시했던 ‘50만t 식량지원’ 중 미지급 분이 남아 있고, 관례상 공개되지 않은 중국의 식량원조와 WFP등 국제단체들의 식량지원까지 고려하면 북한의 식량상황은 과거에 비해 한층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은 가을 수확기를 거치면서 북한 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식량배급현황에서도 드러난다.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10월부터 올해 수확한 곡물 중에 ‘2호 창고(군량미) 저축량’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그 나머지를 당간부와 군부대 가족들에게 배급으로 풀기 시작했다.
특히 적지 않은 군량미를 비축하면서도 도시 직장인들과 농장원들에게 적게는 5개월, 많게는 8개월 이상의 식량을 배급하는 성과도 거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11월에 들어 황해도 지역 농장들에서 도정하지 않은 벼로 8개월분의 식량을 농장원들에게 배급했고, 함경북도 농장들에서도 도정하지 않은 벼와 통 옥수수로 5~7개월분의 식량배급을 단행했다. 양강도 지역도 기업소, 농장별로 6개월~8개월분의 감자 배급이 이뤄졌다.
북한으로서는 식량위기로 인한 주민들의 동요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마련됐고 최소 내년 봄까지 남한에 식량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중국의 지원, 러시아와의 경제교류 증가
북한 강경 전술의 또 다른 배경에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외교 다변화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낳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14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6월에 중국의 시진핑(국가부주석)이 (평양에) 왔을 때 이미 ‘10억 달라’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북한의 라진-선봉에서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라진항 확장공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제 중장비와 자동차, 일부 경공업 자재들이 북한에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은 “국경지대에는 중국물건들이 많이 들어오겠지만 앞으로 함흥을 비롯한 동해안 무역항들에는 중국물건들보다 러시아 물건들이 많이 들어 올 것”이라며 “러시아하고 대대적으로 무역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해왔다.
특히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춰 북한이 수도 평양에 대한 대대적인 신규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올해 중동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16년째 방치되고 있던 류경호텔 완성 공사를 재개했고 평양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남북교류사업에서 강경 일변도로 나오고 있는 것이 ‘장성택의 작품’이라는 내부소식통의 전언도 있다.
평양의 내부 소식통은 최근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지난 9월 초에 내각 총리 등이 참가한 중앙기관 경제일꾼들의 회의가 있는데 형식은 내각 산하 성, 위원회 책임자들의 회의였지만 실제는 장성택이 주도한 회의였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장성택은 회의에서 ‘앞으로 외국과의 합영, 합작을 많이 하게 될 것이고 기업 경영 개선을 위해 외국에 단기 유학생들을 많이 내 보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며 “회의 후 중상급 간부들 속에서 ‘앞으로 동남아 나라들과 합영 합작을 많이 하게 되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남조선에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내부 사정만을 두고 볼 때 당분간 북측의 대남압박 드라이브는 강경일변도로 흐를 공산이 크다. 그동안 북한이 보여 왔던 ‘내치(內治)를 기반으로 대외전술을 구사한다’는 체제 유지 전략을 고려할 때 당분간 북한 내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요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