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기구, 김정은에 충성심 내보이려 위협 강화”

북한은 지난 12일 국방위원회를 내세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독일에서 밝힌 ‘드레스덴 통일구상’에 대해 공식 거부의사를 밝힌 데 이어 14일에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을 통해 우리 측이 비방·중상으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했다.


김정은 정권이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언론 등이 ‘평화 통일’과 ‘북한 체제 변화’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당분간 북한은 남북관계보다 체제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 한국, 미국 등에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도발을 이어가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북측의 이 같은 반응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원칙적 입장을 고수해나간다는 입장이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 입장을 거듭 밝혔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면서 “우리는 행동으로 드레스덴 선언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이고 내부적으로 필요한 준비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北, ‘최고 존엄 훼손’ 민감 반응 지속 왜=조평통 서기국은 이날 ‘진상공개장’을 통해 “박근혜야말로 비방·중상의 왕초이고 주범”이라고 비난한 뒤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체제와 존엄을 헐뜯는 비방·중상에 계속 매달린다면 온 겨레의 저주와 규탄 속에 가장 수치스러운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조평통 이어 우리 정부와 언론 등이 북측의 ‘대화평화노력’ ‘핵과 미사일’ ‘존엄과 체제’ 등에 대해 비·방중상을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데일리NK’와 ‘조선일보’를 비롯한 악질 보수언론들은 우리의 최고존엄을 악랄하게 헐뜯는 참을 수 없는 망동짓을 했다”고 강변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그동안 김정은 체제에 대한 우리 언론의 보도를 ‘체제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한 것의 연장선이다. 최근 대북 삐라(전단지)에 대해서도 ‘격멸’ ‘응징’ 등의 표현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처럼 외부의 정보 유입이 김정은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최근 국제사회의 ‘북핵 비핵화 공조’에 대한 반발로 한미의 대북정책 전환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특히 남북관계 악화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려는 것은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도 있다. 


전문가들은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김정은 체제가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를 사전에 적극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장성택 처형 이후 연일 내부 체제 결속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으로서 예상된 수순이란 지적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데일리NK에 “북한이 대남 전략을 유화책에서 강경책으로 바뀌는 것은 정치심리전의 강도를 높이면서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대남공작 지도부에서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다해야 하는 상황임을 엿볼 수 있다”면서 “장성택 처형 이후 충성을 보여야 하는 이들이 ‘최고 존엄’ 훼손에 대해 강하게 대응해야 하는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고위 탈북자는 “최근 내부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연일 ‘사상 교양’을 강조하는 김정은 정권이 외부의 적을 만들어 체제 공고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권의 약점을 들추는 우리 언론의 주장을 가만히 놔두면 (외부 정보를 접하는 주민들에게)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 ‘드레스덴 통일 구상’ 공식 거부에 朴 대통령 전략은=북한은 지난 12일 헌법에서 규정한 ‘국가주권의 최고 군사지도기관’인 국방위를 내세워 박 대통령이 통독의 상징적인 도시인 드레스덴에서 밝힌 통일 관련 ‘대북 3대 제안’에 대해 “흡수통일 등 불순한 속내가 있다”며 처음으로 공식적인 거부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통일 구상’은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 교통·통신 등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동질성 회복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직접적 지원’이 없다는 실망감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박 대통령 ‘드레스덴 제안’이 남북 간에 교류·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개혁개방 유도와 체제 위협이 될 수 있는 주민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것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이 같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을 구체화할 ‘통일준비위원회’ 출범은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의 위협에 정부가 통일준비위 출범 시기를 조율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북측에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은 “북한은 우리 정부의 5·24를 포함한 대북정책의 전향적인 조치와 남남갈등 유발을 위해 당분간 대남관계에서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고, ‘드레스덴 선언’에 금강산 관광 및 5·24조치 해제 등 자신들이 기대했던 사항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 원장은 이어 “정부는 북한이 호응을 하든지 하지 않든지, ‘드레스덴 선언’에서 밝힌 것처럼 국제사회와의 협력 하에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해나가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다보면 북한이 호응해 오거나 아니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잘못된 태도에 대해 알게 되어 북한 민주화와 인권 개선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원장은 “북한은 최근 우리 정부가 내놓은 제안을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기 때문에 거부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이런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우리의 전략을 차분히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