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공포 맞고도 “적 탐지 위해 고도 낮춰라”

1950년. 당시 한국공군이 보유하고 있던 비행기는 미군으로부터 인수받은 무장 없는 경비행기 L-4 8대, L-5 4대. 그리고 국민의 헌금으로 구입한 건국기(建國機) T-6 10대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당시 북한공군은 소련제 IL-10 및 IL-2 100대와 YAK-9 전투기 100대 등 200여 대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북한공군의 본격적인 공습은 6월 25일 정오부터 시작됐다. 4대의 YAK전투기가 서울 용산 상공에 나타났다. 용산역과 서울 철도 공작창, 운전사무소, 통신소 등에 대지 기총사격을 가했다. 용산역전의 교통부 육운국 건물에는 폭탄까지 투하하고 사라졌다.


이날 오후 4시경, 5대의 적기가 김포와 여의도 비행장 상공에 나타났다. 기총사격과 폭탄을 투하하고 사라진 이 공습으로 여의도 비행장에선 격납고와 활주로 일부가 파괴됐다. 김포기지에서는 유류 탱크가 소실되고, 주기장(駐機場)에 있던 미 공군 소속의 C-54 수송기 1대가 전소됐다.


비록 한국 공군이 보유한 연습기는 20여대였지만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날 한국공군은 여의도 기지 내에 공군작전지휘소를 설치하고 T-6 및 L형 비행기로 적의 남침을 최대한 저지할 것을 결정했다. 이근석(李根晳) 대령은 T-6 비행기 10대를 3개편대로 편성해 서부전선 일대를 정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6월 30일. 한강 도하작전 준비를 완료하고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선견대가 투입되기 시작했다. 이때 공군 참모부장(參謀副長) 박범집(朴範集) 대령은 보다 정확한 정찰을 위해 모든 조종사에게 저고도 정찰을 지시했다.


박 대령은 이어 수원 기지에서 이경복(李慶福) 상사와 백성흠(白聖欽) 상사에게 직접 명령을 내렸다.


‘지금 첩보에 따르면 북한군이 한강 도하작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상사와 백 상사는 즉시 출동해 한강 북안 일대의 적정을 정찰해서 보고하라. 특히 적은 우리 비행기의 정찰행동을 막기 위해 한강 북안 일대에 많은 대공화기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겁내지 말고 최하 1,500피트 저공에서 적의 동향을 정확히 정찰해서 신속히 보고하라!’


작전임무를 부여받은 이 상사와 백 상사는 곧장 L-5기에 동승하고 수원 비행장을 이륙했다. 하늘은 쾌청했다. 조종간을 잡은 이 상사는 3,000피트의 고도를 유지하면서 흑석동 상공으로 진입했다. 그는 다시 기수를 돌려 한강 인도교를 중심으로 서서히 선회하기 시작했다. 한강 남안 일대에서는 아군의 작전 행동이 한창이었고, 멀리보이는 용산역 부근에서는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이 상사는 한강철교 상공에서 다시 한 번 선회하고 한강 북안의 적진 상공으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강 일대에 설치된 적의 대공포화가 여기저기서 사격을 가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상사는 침착하게 비행을 계속했고, 백 상사는 정찰을 시작했다. 서부이촌동 상공에서는 한강철교를 이용해 도하를 시도하고 있는 수 십대의 적 전차들이 목격됐다. 동부이촌동 상공에서는 2개 연대 이상의 병력과 차량들이 집결되어 있는 것이 목격됐다.


백 상사는 정찰상황을 즉시 무전기를 통해 수원 기지에 보고했다. 일차 보고를 끝낸 그는 다시 한 번 저공에서 좀 더 정확한 적정을 살펴보기로 결심, 이 상사에게 고도를 2,000파트 이하로 낮출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 상사는 동작동 상공에서 기수를 돌려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동부이촌동 상공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한강선 일대에 배치되어 있는 적의 대공포화가 다시 L-5기를 향해 불을 뿜었다. 이 상사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백 상사가 정확한 정찰을 할 수 있도록 대공포화를 피해가며 비행을 계속했다.


비행기가 한강 인도교 북쪽 어귀 상공에 이르렀을 때, ‘펑’하는 소리와 함께 기체가 심하게 동요했다. 이 상사는 조종간을 힘차게 잡은 채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바로 뒤쪽 동체에 큰 구멍을 발견했다.


백 상사가 계속 비행여부를 묻자, 이 상사는 침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고도를 높였다. 이 상사는 3,000피트 이상의 고공까지 상승했던 비행기의 고도를 다시 낮추기 시작하면서 동부이촌동 상공으로 진입했다. 조종기술이 뛰어났던 그는 피탄된 비행기를 아무 지장 없이 조종하였다. 적의 지상포화가 더욱 격렬하게 불을 뿜었다.


이 상사는 능숙한 조종술로 적탄을 헤치며 적의 상공을 훑어나갔다. 백 상사는 비행기가 서부이촌동 상공을 비행할 때 새로운 적정을 발견하였다. 북한군이 전차를 도하시키기 위해 한강철교에 철도용 침목을 깔고 있는 장면을 발견했던 것이다.


 백 상사는 적정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 기수를 다시 돌릴 것을 이 상사에게 부탁했다. 적의 대공포화는 더욱 격렬했지만, 이 상사는 거리낌 없이 기수를 돌려 한강철교로 저공비행을 했다. 역시 적은 전차를 도하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적정을 확인한 후 이 상사는 적의 지상포화를 피하기 위해 급상승을 시작했다. 그 순간 요란한 폭음과 함께 상승하던 비행기는 균형을 잃고 빙글 돌았다.


이 상사는 피탄된 것을 직감하고 조종간을 힘차게 잡았다. 그러나 적탄에 한쪽 날개를 파괴당한 L-5기는 방향을 잃고 떨어지기 시작했다. 백 상사는 적정 정찰내용을 재빨리 무전기를 통해 기지에 보고했다. L-5기는 비행기능을 완전 상실하고 한강 남안 강기슭에 추락하고 말았다.
 
북한군의 남침이 시작되자 무장도 없는 L-5기를 이끌고 조국의 하늘을 지켜 온 이 상사와 백 상사는 조국의 수호신으로 산화했다. 이는 전쟁 발발이후 공군 최초의 희생이었다. 이들은 각각 공군 소위로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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