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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사진)는 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좋은 정책을 구사해도 (남북관계 진전을) 할 수가 없다”며 “북한이 우선은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 내정자는 북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화 의지가 부족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우리가 북한을 방치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북한이 거부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끝까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것”이라며 “북한은 하루빨리 남북대화에 나서 기존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와 같이 대북 현금지원 등을 통해 대화를 유도하겠느냐’는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의 질문에는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며 “큰 원칙을 가지고 남북간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조정기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강경책을 쓴 적은 없다”며 “금강산 관광의 경우 재발방지나 신변안전 보장 조치가 약속될 경우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 지난 정부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외면했던 점을 지적하며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묻자 “국회 계류 중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검토할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남북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정부가 남북협력에 미온적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의 경우 현재 1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남북대화가 이뤄질 경우 남북경협의 진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차 연평해전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의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이 방북했을 당시 정황으로 봐서 북한이 당장 남북관계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문제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획기적인 조치를 통해서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재외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일부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점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 부처와 심도 있는 검토를 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 현 내정자의 취임이 남북관계 악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집중 공세를 펼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 홍정욱 의원 등도 현 내정자의 통일관과 대북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현 내정자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경직된 원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홍 의원의 지적에 “‘개방’이라고 하는 용어는 북한을 압박하거나 폐쇄해 체제 변화를 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다”며 “‘비핵·개방·3000’은 아주 유연한 대북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는 ‘비핵·개방·3000’은 ‘정책적 사산아’에 다름 없다”며 “이 명칭을 ‘비핵·관계정상화·경제협력’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현 내정자는 “소련의 경우처럼 개방은 주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 외부에서 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송 의원의 지적에 대해 “’비핵·개방·3000’은 우리가 억지로 북한을 개방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개방을 하면 그에 상응해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현 내정자는 부친 소유의 제주도 운수회사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탈루를 목적으로 땅을 헐값에 넘겨받은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땅을 매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인사청문회 이후 “현 내정자가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치명적인 결격 사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현 내정자에 대한 임명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민주당의 반대로 이날 현인택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박 진 외통위원장은 10일 전체회의에 앞서 여야 간사협의를 갖고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합의 모색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