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방 은행들을 통한 신권 교환에 착수했지만 현금 소유자들의 원성이 계속되고 각종 루머까지 퍼지면서 내부 혼란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북한 당국의 정책도 오락가락 하면서 북한 전체가 집단 ‘불안’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국적인 화폐교환이 시작된 지 이틀째인 3일 오전 북한 당국은 교환 한정금액을 다시 확대했다. 매 가정세대 마다 기존의 10만원(신권 1000원)교환 외에 가족 수에 한해 1인당 구권 5만 원씩 더 교환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4인가족의 경우 30만원(신권 3000원)까지 교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북한 당국은 신권 5천원까지 발행했으나 현재 은행에서 교환 가능한 고액권은 500원짜리가 최고의 액면가이고 천원, 이천원과 오천원짜리 화폐는 아직 은행직원들조차도 구경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나머지 교환하지 못하는 화폐에 대해서는 무한정 적금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공포했다. 화폐교환에 대한 주민들의 격앙된 반응에 북한 당국이 계속 밀리는 양상이지만 이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당국은 앞서 10만 원 이상의 구화폐는 1000:1의 비율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선포했다. 그러다 몇 시간도 안지나 1000:1의 비율로 적금이 가능하다고 수정했다. 3일 오전에는 이를 다시 ‘적금한 돈에 대해서는 국가가 적절한 조취를 취할 것’이라며 무한대 허용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1992년 화폐교환 당시에도 개인별로 많게는 수 만 원의 적금을 예치하고도 다음해에 일부에게만 4천 원까지 돌려준 바 있어 주민들은 이러한 당국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양강도의 경우 12월 1일 오전부터 ‘중국도 ‘화폐교환’을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때 돈 많은 부자들까지 패닉상태에 빠지는 등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 데일리 NK와 통화한 대부분의 북한 현지 소식통들까지 “중국에서도 화폐교환을 한다는 것이 사실인가”라고 기자에게 되물을 정도다. 북한 내부가 현재 어느 정도로 혼란한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북한 내에서는 세태를 비관하는 자살 소식이나 폭력사건, 방화까지 잇따르고 있다.
양강도 혜산시 마산동에서는 화폐 교환이 발표된 지난 11월 30일 오후 돈주(채권자)와 빚꾼(채무자) 사이에 싸움이 일어 빚꾼이 둔기로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계속 재촉해도 돈을 갚지 않던 빚꾼이 갑자기 화폐교환을 한다는 소문에 빚을 갚겠다고 (돈주를) 찾아왔다”면서 “‘신권으로 빚을 갚으라’는 돈주와 ‘구권을 꾸었으니 구권으로 갚겠다’는 빚꾼사이에 다툼을 벌이다 격분한 돈주가 술병으로 빚꾼의 머리를 쳐 사망케 했다”고 전했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북도 신의주시 역전동에서는 장씨 성을 가진 40대 중반의 여성이 화폐교환 소식에 고민을 하던 중 정신 이상 반응을 보이며 당국을 비난하는 말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보안원들이 체포했다.
이 소식통은 “그여자(장씨)는 역전동에 있는 장마당에서 화장품 장사를 했는데 당장 시집갈 딸이 둘이 있고 막내 아들도 키우기 위해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면서 “화폐교환 발표가 나고 하루 이틀을 넋을 놓고 있다가 1일경 갑자기 사람들에게 달려들고 당국을 비난해서 보안원이 체포를 했다”고 말했다.
최근 함경남도 함흥시를 방문했다가 화폐교환 소식에 급히 집으로 돌아온 회령시 주민은 “지난 11월 30일에 함흥시 동흥산구역 함흥 제 1교원대학 담장과 주변 건물에 김정일을 비난하는 낙서와 삐라가 나붙었고, 성천강구역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방화 2건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방화범들은 마을 식량 창고주변에 북한 지폐를 쌓아놓고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