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국 잇따른 시장 통제…그 결과는?

▲ 평양 락랑구역에 위치한 한 20층 아파트 앞에 형성된 노점시장. <제공:아시아프레스>

북한당국이 남북경협 확대 등 대외적인 개방 제스처와 달리 내부 시장(장마당)에 대한 본격적인 통제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은 지난 10월 3일 ‘시장에 대한 옳은 인식을 가지고,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뿌리뽑자’ 는 내부 문건을 하달하고 시장에 대한 실질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문건은 40세 미만 여성들의 장사를 금지하고 국가기업소나 직장에 복귀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최근 조치에 대해 시장을 통해 성장한 신흥부자들의 권력화를 견제하고 시장을 통해 유입되는 외부 정보와 문화의 유통을 막기 위한 의도로 해석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0일 북한 내에서 자본주의 시장체제의 맹아가 폐쇄적인 북한경제 근간을 뒤흔들어 정권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상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시장에 당국이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김정일 체제의 생존 전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90년대 중반 장마당 경제 활성화=1990년대 중반 배급도 주지 못할 정도로 북한 경제는 몰락 단계로 접어들었다. 수백만명이 사망한 가운데 살아남은 주민들은 국가 배급제의 대안으로 시장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가정집 물건을 내다 팔고 이후에는 국가자원에 손을 댔다. 북한 주민들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산에 가서 송이버섯이나 부채마를 캐고, 유적지에서는 골동품을 캐고, 강가에서는 사금을 채취했다. 이를 시장에 내다 팔거나 중국에 밀수출했다.

이것도 부족해 제련소에서 동이나 코발트, 백금과 같은 금속들을 빼내거나 공장, 기업소의 전동기, 발전기 등 생산설비들을 뜯어내어 중국에 팔아넘겼다.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국가자원 유출을 통해 공장, 기업소는 자재와 설비들을 다 빼앗기고 빈 껍데기만 남았지만 개인들은 최소한의 구매력을 획득할 수 있었다. 또한 탈북자들의 북한 내 가족에 대한 송금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구매력이 높아진 북한주민들은 국내 생산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중국 상품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 당시부터 중국 상품의 대량 유입이 시작됐다. 중국 상품 유입을 통한 시장 활성화는 일반 주민들이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장사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국가자원의 대중국 수출, 중국 물품의 대량 유입, 이 모든 유통의 중심은 바로 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과거 북한당국이 허용하던 사회주의의 과도적 단계로서의 농민시장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것이었다.

◆ 새로운 시장의 활성화 =당국은 경제가 파산 상태에 직면하자 생산기업소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2년 7월 1일 경제개선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북한 당국의 예산은 파산 직전이었다. 공장 가동이 멈추고 국가 자원을 개인들이 매매하면서 국고는 텅 비었다. 노동자, 공무원은 물론 대학 교수들까지 월급을 줄 수 없게 되자 당국은 지폐를 찍어내 국고를 채웠다.

근로자들의 월급이 평균 10~15배 올랐다. 그러나 통화량 증가는 심각한 인플레 현상을 불러왔다. 2002년 6월 30일 북한 돈과 달러와의 시장 환율이 220:1이었다. 경제개선 조치 이후 9개월만에 환율은 1800:1로 급상승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올해에도 북한을 세계 최악의 통화팽창국가로 지정하면서 북한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7.1 조치 이전에 비해 북한 쌀값이 550%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북한 쌀값은 시장에서 가장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수록 주민들은 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경제개선조치 이후 시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장은 더욱 확대됐다.

◆ 시장 활성화에 따른 체제위협의 증가 =FT는 북한 주민들이 점점 경제적인 자립을 추구하게 될 경우 북한 체제 전반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 때문에 고민의 깊이가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의 시장에 대한 우려는 대략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시장을 통한 외부 정보와 문화의 급격한 확산이다. 북한 시장에서도 가장 고가에 거래되는 물품은 한국과 일본 제품이다. 한국과 일본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수록 한국과 일본에 대한 평가와 호감도 높아진다.

북한에서 외국 VCD(알판) 장사를 했던 한 탈북자는 “평성시장에만도 단속을 피해 한국드라마와 외국영화 CD를 파는 장사꾼이 백여명은 족히 넘는다. 한 사람이 적게는 몇 백 장, 많게는 2천 장 이상씩 가지고 있다. 위(당국)에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막을 수 없다. 지금까지 유통된 VCD는 수백만장이 넘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북한 주민들이 시장을 통해 자급자족 하면서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정권기관의 권위가 퇴조했다. 인민군대가 도적떼로 돌변하는 것은 일상이다. 이러한 개인경제 확대로 인한 정권의 위기 확대는 특별한 해결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계획과 시장의 공존이라는 혼란 속에서 북한 주민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개인 경제 확산에 따른 비법행위 증가는 심각한 치안 부재 현상까지 부르고 있다.

간부들과 병원 및 적십자단체 직원들은 유엔이나 선진국에서 지원하는 물자들을 시장에 빼돌리고, 군대는 군량미와 보급물자를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국가부터가 마약밀매와 위조담배, 위조달러 등을 유통시키고 있는 조건에서 주민들의 일탈행위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실제 국가 통제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각종 강력범죄와 재산 약탈행위가 서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중국 단둥에 나온 50대 여성은 자신이 방문했던 황해도의 한 지방을 떠올리며 “상인들에 대한 군대와, 폭력배의 약탈 수준이 도를 넘었다”면서 “무슨 승냥이와 여우만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시장 통제 조치가 미칠 영향=이처럼 북한 시장의 확대는 김정일 정권의 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대로 시장을 통제하는 조치도 주민 반발을 불러 정권 강화와는 거리가 먼 조치가 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체제유지를 위해 시장을 통제하는 선택을 했다. 일부에서는 북한 당국이 외부 지원을 통해 배급제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체제가 지속적인 개혁개방을 선택하지 않는 한 배급제를 실시할 수 있을 수준의 식량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시장에 대한 주민들의 의존도를 볼 때 시장 통제 또한 북한 정권의 위기를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북한전문가인 중국 옌볜대 가오징주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은 주민 생존을 위해 시장을 묵인하고 있으나 자본주의의 확산 속도가 지나치다고 느끼는 순간 곧바로 단속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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