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국 시장통제 딜레마…체제이완 막자니 주민반발”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데일리NK

북한의 시장통제 정책은 체제안정을 도모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필연적 선택이지만 일반 주민들과 지역 관료들의 반발 때문에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4일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스님)이 주최한 ‘제30차 전문가포럼’에서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체제 이완을 막기 위해 시장을 단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시장을 단속할 경우 암시장 발생에 따른 북한당국의 세수감소와 주민들의 사회적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임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체제단속과 시장통제 강화정책’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지금 북한은 시장을 단속해야하는 지역관료, 하부관료들이 일반 주민들과 결탁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통제 ‘정책’을 제대로 실시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이라며 “‘비사그루빠’ 등 중앙검열을 강화하더라도 북한 전역을 커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는 90년대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이른바 ‘장마당’이라 불리던 농민시장이 도시지역까지 확산됐고, 2002년 ‘7.1경제개혁 조치’에 따라 2005년부터 전국 주요도시에 합법적인 종합 상설시장이 들어섰다.

국가배급이 중단되고 국제사회의 원조 식량이 군부와 간부층에 독점됐던 상황에서 일반주민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장사를 하거나 시장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시장경제’에 합류하게 된 것.

임 수석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시장의 확산으로 북한 체제 침식이 심화됨에 따라 북한 당국은 05년 후반기부터 시장통제를 시작했다”며 ▲05년 ‘시장에서 식량거래 금지 및 국가 식량배급제 복원’ 시도 ▲06년 ‘만17세 이상 성인 남성 장사 금지 및 개인고용 금지’ 발표▲07년 ‘만49세미만 여성 장사 금지’ 발표 ▲08년 ‘상설시장 폐쇄 및 농민시장(10일 장) 복귀’ 지시 등을 상기했다.

그는 “시장이 형성되고, 그로부터 주민들이 대안적 소득원천을 발견하게 되면 주민들의 충성심은 중앙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향해 수평적으로 분산된다”며 “1996년 김정일이 주민들의 시장활동에 대해 ‘무정부상태’라고 표현 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층 간부들도 시장과 이해관계를 갖게 되기 때문에 ‘아래에서 위로의 충성심’을 크게 약화시키는 한편, 일반주민들과 하층간부들 간에 시장유지와 확산에 대한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한반도 긴장위기와 북한 주민의 삶과 희망’에 대해 발표한 이승용 (사)좋은벗들 사무국장은 “북한주민들 입장에서는 08년부터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며 북한의 최근 실태를 소개했다.

이 사무국장은 “식량난에 따른 주민들의 고통이 증가하고 있으며 생계형 범죄도 만연하고 있다”며 ▲생계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조직 이탈현상 ▲사회동원 참가율 저조 ▲생활총화, 정치사상경연회 참가 저조 ▲군인들의 사기 저하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또 “당과 국가기관, 간부들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일반주민들은 군사력 강화와 체제유지에만 몰두하는 북한 당국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고, 특히 ‘시장 단속’ 등 부당한 공권력에 반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최근 남북관계가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 “북한 당국은 남북대결구도를 이용해 당면한 경제난과 식량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다수의 중앙 간부들은 주민들이 생계에 불만을 갖는 것을 국가안보에 무지몽매하기 때문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긴장 위기 속에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가려지고 있다”며 “경제난, 식량난 뿐 아니라 북한 당국의 사회통제 강화, 끊임없는 정치사상 교양 등도 일반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특히 “북한 주민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걱정과 한탄이 많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식량지원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북한은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보다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물자공급 감소로 이어져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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