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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줄 태양절(4.15 김일성 생일) 명절 물자를 각 지방 자체로 해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혜산시 00동 인민반장 최모씨는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중앙에서 내려보낸 지시문에 ‘주민들에게 술, 당과류를 자체로 생산공급하라’고 내려왔다”고 13일 전했다.
그는 “지방마다 ‘4.15분과위원회’가 조직돼 상업관리소, 식료공장들에 내려가 생산을 직접 감독관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4.15분과위원회’는 김일성 생일이 되면 어린이들에게 줄 선물용 당과류 생산을 위해 당·정권기관에서 차출된 사람들에 의해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팀이다.
이번 조치는 태양절을 ‘선군사상 승리의 해’로 크게 쇠려는 북한당국이 각 지방별로 경쟁을 붙여 명절 분위기를 띄워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술 한병 못 주는 지배인, 자격 없어”
그러나 중앙은 지시만 할 뿐, 실질 대책이 없어 지방은 각 공장·기업소들에 떠맡기는 식이다.
다른 소식통도 “중앙에서 ‘어느 시(市)가 더 많이 공급하는지 보자’는 식으로 지방들끼리 경쟁을 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92년 김일성 생일 80돌에 ‘배급 가짓수 늘리기’ 경쟁을 붙였을 때도 정춘실(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속한 자강도 전천군 상업관리소가 관내 주민들에게 양말, 양초, 성냥, 술 등 13가지를 공급해 소문났지만, 대부분 지방은 술 한병씩 나누어 주는데 그쳤다.
이번에도 술 한병 외에 더 줄 수 없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주는 명절공급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항목이다. 지방 당 기관에서는 “술 한 병씩 공급 못하는 공장 지배인들은 자리를 내놓으라”고 공개적으로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한다.
술을 생산하는 식료공장에 하루 10시간 전기를 주고 주야 생산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전력 부족, 원료 부족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수요에 따른 공급도 여전히 부족하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술을 권력기관부터 시작해 탄광, 광산 등 유해노동 종사자들에게 공급하고 나면 전체 시민들에게 공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당국은 해당 공장, 기업소들에 자체로 노동자들에게 공급하라고 몰아 붙이고 있다. 일부 공장들은 개인 밀주 업자들에게 주문한다고 한다.
어린이용 ‘선물’생산도 차질
그 가운데 어린이 선물용 당과류 생산을 맡은 단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한다.
일부 지방에서는 과자를 제조하는데 드는 사탕가루(설탕)가 부족해 옥수수 엿을 쓰거나, 밀가루 대신 옥수수로 대체했다고 한다. 또 4월 13~14일까지 공급이 완료돼야 하지만, 전력부족으로 생산라인이 가동되지 못해 계획된 시간내에 보장할 수 없다는 것.
90년대 초반까지 북한은 밀가루, 설탕 등 자재를 중앙에서 보장했지만,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지방 자체로 해결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북한은 1977년 김일성 생일 65돌 이후 만 5세 유치원생부터 만 11세 소학교 학생들에게 충성심을 고양시킬 목적으로 ‘선물’ 명목의 당과류를 공급해왔다.
탈북자 김모씨는 “어릴 때 한 사람씩 나가 선물을 받아안고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에 절을 하던 생각이 난다. 70~80년대에는 과자, 사탕 등 10가지는 되었는데 지금은 옥수수 과자와 사탕 한 봉지 뿐이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