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국간 실무회담’ 표현 고수

북한은 이번 남북간 회담을 차관급으로 명명한 남측과 달리 시종일관 ‘당국간 실무회담’이라는 표현을 고수했다.

북측은 지난 14일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참사 명의로 남측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개성에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을 갖자고 제의한 이후 첫날 회담 결과 보도는 물론 19일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서도 실무회담 명칭을 고수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회담의 의제와 합의수준을 제한하기 위해 실무회담이란 표현을 고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문제 등을 배제한 채 시급한 비료지원 문제와 중단된 남북관계 정상화 등 실무적인 문제만 논의하려는 의도였다는 지적이다.

만약 차관급 회담이라고 할 경우 그에 걸맞은 합의가 나와야 하므로 북한은 스스로 핵문제나 장성급회담 등 민감한 사안을 피하기 위해 실무급으로 선을 그었다는 것.

특히 남측이 최대현안인 핵문제와 관련해 북측의 태도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할 것을 예상하고 실무회담에서 논의할 성격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야 핵문제를 비켜가기가 수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측 회담 관계자들은 회담기간 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남측의 입장을 경청하면서 “해당 부문(외무성 등)에 전달하겠다”며 자신들의 권한 밖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정동영 장관도 18일 공동보도문에 북핵을 넣는 문제를 양보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우리 우려는 충분히 전달했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차관급 회담이라고 하고 저 쪽은 실무회담이라고 하는데 그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북측이 핵문제 논의를 이번 회담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이번 회담의 공동보도문에는 핵문제에 관한 언급 없이 6ㆍ15 5주년 공동행사에 남측 대표단의 참석문제와 장관급회담 날짜를 명시하고 비료지원을 언급하는, 말 그대로 남북관계 재개를 위한 실무적인 내용만을 담았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10개월여 중단됐던 남북관계를 재개하는 만큼 실무회담으로 시작해 장관급회담으로 순차적으로 격을 높여가기 위해 중간형태의 실무회담을 고집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 조문 방북 불허와 탈북자 집단 입국 등을 내세워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던 만큼 처음부터 높은 급으로 이어가기보다는 실무회담을 통해 남측의 해명을 듣고 명분을 세우는 모양새를 취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실무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경색에 관한 남측의 해명을 들어 명분을 세우면서도 핵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피하고 시급한 비료지원 등을 요청하기 위해 중간형태의 실무회담을 제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