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담화, 핵실험준비와 관련있나

북한이 2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한 반발과 함께 6자회담을 긍정하는 메시지를 보냄에 따라 그 배경과 향후 북핵문제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측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금융제재 확대를 통한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는 사상과 제도, 자주권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를 다 강구할 것 ”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에 힘을 더해주는 것 같은 이 메시지와 함께 북측은 “(9.19공동성명의) 합의가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며 6자회담에 대한 애착도 피력했다.

◇ 북 대변인 담화가 갖는 의미는 = 이번 담화는 최근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미국의 압박 조치를 감지한 북한이 미국을 향해 보낸 메시지라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특히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확대 조짐과 관련한 언급이 첫 머리에 등장한 점은 지난 달 미사일 발사 이후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제재 움직임에 대한 반발 및 항전의 의지를 피력키 위한 것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북한의 돈줄을 틀어막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다.

국내법에 근거, 북한에 대한 제재성 조치를 취해온 미국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채택으로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차원에서 대북 제재의 국제법적 근거가 생겼다고 판단, 전 세계를 상대로 대북 금융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차관은 21일 “북한 자금 중 불법적인 것과 합법적인 것 간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다”면서 “미국은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북한 관련 계좌를 수취하는데 따른 위험성을 주의 깊게 평가하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말해 각국이 북한의 국제 금융거래를 포괄적으로 차단하는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북한은 레비 차관이 지난 달 베트남을 방문한 이후 베트남 은행들이 북한 기업의 계좌를 잇달아 폐쇄하는 등 미국의 금융제재 확대가 실제적으로 효과를 내기 시작함에 따라 강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만큼 금융제재를 풀라는 자신들의 요구와 정확히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미국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6자회담 중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 한번 세계에 선전하려는 것이 이번 담화의 요지인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 준비설과 관련있나= 무엇보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솔솔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응조치’란 표현이 핵실험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핵실험을 단행하기에 앞서 미국에 양자대화를 하자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사전 명분쌓기 차원에서 미국의 압박 앞에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음을 설명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7월6일 외무성 대변인 언급(“보다 강경한 물리적 행동조치”) 에 비해 이날 담화의 강도(“필요한 모든 대응조치”)가 비교적 낮아진 점, 담화에서 6자회담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점 등으로 볼때 이번 담화를 핵실험 문제와 연결짓는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핵실험이 6자회담의 파탄으로 이어질 것임을 아는 북한이 담화에서 6자회담을 강조한 대목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핵실험 준비설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핵실험 관련 활동에 속도를 낸다고 볼만한 조짐은 포착된 바 없다”고 말했다.

◇ 전망 = 북한이 이번 담화를 통해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 없이는 6자회담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위협성 메시지까지 전함에 따라 향후 북핵문제를 둘러싼 정국은 더욱 얼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미사일 추가발사 또는 핵실험을 향한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대미 압박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중국의 공개적인 자제요구가 있었음에도 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지난 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인 만큼 핵실험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논리적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이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외교부 고위간부들이 조만간 미국을 찾는 등 정부는 예방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도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장 조리(차관보)가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 이상 북한과 협력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데서 보듯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압박이 북한을 6자회담 복귀로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아울러 다음 달 14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우선 의제가 한미동맹의 재확인 쪽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한 의미있는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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