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다음 행보는

지난달 9일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은 당분간은 외교에 총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미 핵실험 강행 이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에게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며 회담 복귀 의사를 피력, 외교 모드로 돌입했음을 시사했다.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으로 위기지수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만큼 6자회담 복귀를 통해 국제사회에 외교적 노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실리를 챙기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몸 값을 한껏 올린 북한 입장에서는 외교를 통한 협상과 거래를 추진하려고 할 것”이라며 “앞으로 외무성 등 북한의 협상파들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재개가 예상되는 6자회담 테이블에서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면서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핵군축을 주장하고 핵포기에 따른 확실하고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에 따른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제재를 푸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북한 최대의 아킬레스건인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북한계좌의 동결을 푸는데 총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부분적인 금융제재 해제만이라도 이끌어냄으로써 ‘잃어버린’ 돈을 찾는 것과 함께 미국의 양보를 얻어냈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3일 방북한 민노당 대표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6자회담이 순조롭게 되거나 우여곡절을 겪을 수 있지만 6자회담의 장래는 금융제재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방북단 일원인 노회찬 의원이 전했다.

금융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핵문제 논의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북한은 특히 외교 행보에서 중국과 협력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당국은 이미 내부적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고립에 대응해 외교정책에서 ‘중국을 업고 나가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중국의 중재로 6자회담에 전격 복귀하는 모양새를 통해 중국의 체면을 세워준 만큼 미국의 강경입장에 대해 중국측에 비난과 하소연을 해가면서 자신들의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고 중국의 중재역할을 더욱 촉구할 수 있다.

아울러 6자회담의 구도를 북한 대 한.중.미.일.러의 1대 5에서 북한 및 한.중.러 대 미.일이라는 4 대 2로 만들기 위해 대남.대러 외교에도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방북한 민노당 대표단에게 이산가족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의 재개를 언급한 것도 이런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금융제재 문제에 진전이 없고 미국의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판을 깨고 그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또다시 추가적인 강경조치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핵실험 이후 중국의 압박과 제재에 당혹감을 맛봐야 했던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 관계를 고려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강경행보에는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미국 내 여론을 지켜보면서 버티기 전략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

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북한과 양자회담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추가적인 강경행보로 중국을 자극하기 보다는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버티기로 일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미국이 지금은 여론에 쫓겨 대화에 나오지만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지는 미지수”라고 예상, 이번 회담을 거쳐 북핵문제를 푸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장기적 교착국면에 들어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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