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다음 행동 나설까..4월 남북관계 `중대기로’

북한이 27~29일 북핵 문제는 물론, 통일.국방 분야에서도 `도발성 조치’를 취한 가운데 남북 당국의 후속 대응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하겠다”며 의연한 표정이지만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아울러 정부는 총선과 한.미 정상회담 등 대형 정치외교 이벤트들이 있는 4월에 남북관계도 중대 기로에 설 것으로 보고 북측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한편 남북관계 새판 짜기의 방향에 대한 여론수렴에 들어갔다.

◇북, 낮은 수준에서 1단계 조치 = 정부 당국은 북한이 최근 취한 일련의 조치와 관련, 정부와 민간을 엄격히 구분한 가운데 낮은 수준에서 통일.국방 등 분야를 두루 건드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는 어렵다’는 김하중 통일장관 발언을 문제삼아 지난 27일 개성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정부 당국자 11명을 추방했다.

북한은 28일 타깃을 남측 군 당국으로 옮겨 이날 오전 서해상에서 단거리 함대함 미사일 세 발을 발사하더니 같은 날 밤 인민군 해군사령부 대변인을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29일에는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의 통지문을 통해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에 대한 취소 및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는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북한의 이 같은 연쇄적 조치들이 최고 지도층의 판단에 따라 각 분야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졌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경협사무소의 남측 당국자들을 추방하면서 민간 인력은 그대로 체류하게 한 점, 미사일 발사시에 가장 경계수준이 낮은 단거리 함대함 미사일을 택한 점 등으로 미뤄 북한의 조치들이 나름대로 절제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의도는 = 정부 당국은 이 같은 일련의 조치 속에 내포된 북한의 의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는 단계다.

특히 당국은 북한이 통일장관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군 당국자들의 발언으로 타깃을 이동시켰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에 주목하고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쌀.비료 지원에 대한 남한 정부의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대한 반발 차원이거나 북핵 신고 문제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를 흔들어 6자회담에서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을 수 있다는 분석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아울러 북핵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치러질 경우에 대비, 미리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한.미가 대북 압박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시각도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실제 2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핵 6자회담 교착 상태의 원인이 되고 있는 핵 프로그램 신고의 핵심 관건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와의 핵 협력 의혹을 전면 부인, 6자회담의 전도에도 짙은 암운을 드리웠다.

◇정부 “장기적으로 보고 대응할 것” = 정부는 일단 북한의 조치들에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원칙 하에 미사일 발사를 `훈련의 일환’으로 평가하는 등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정부 핵심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의도를 아는데 우리가 그에 말릴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는 국민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득실을 따지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당국자도 이날 북측의 일련의 `도발성 행동’에 대해 “북한이 (행동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는데 북의 페이스에 반응해야 하느냐 하는 부분에서 신중해야 한다”며 “원칙을 가지고 당당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런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라면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간 전개된 생각을 모으고 (대응책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르면 31일 외교안보정책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북의 전화통지문에 대한 답신 여부 등 북의 일련의 행동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한편 정부는 남북관계 운영 방향에 대한 여론 수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김하중 통일장관은 이번 주부터 언론계 등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북, 다음 단계 행동에 나설까 = 이제 정부 당국의 관심은 4.9 총선과 4.18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한 단계 전압을 높여 2단계 조치에 들어 갈지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 단계 대남 압박의 강도를 높일 경우 서해나 비무장지대에서의 긴장 조성, 사회문화 교류 중단 등의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총론만 나왔을 뿐 각론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도한 압박이 초래할 남한 내 여론악화 가능성 등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에 북한도 일단 남한 정부의 대응 기조를 지켜본 뒤 후속행동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을 하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 후 한미간 조율을 거친 대북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제시된 후에야 남북관계가 연착륙의 길로 갈지, `잔인한 4월’을 맞게 될지를 점칠 수 있을 것으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 연구위원은 “북이 무차별 행동에 나서지 않고 남측 당국자들의 발언에 대한 대응을 명분 삼았다는 점으로 미뤄 더 높은 단계의 조치를 취하는 데는 신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북 메시지가 나오느냐가 향후 남북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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