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다양한 계층 만날 수 있는 남북교류 추진돼야”

북한이 인도적 지원, 종교 교류를 위한 우리 민간단체의 방북 제의를 거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투트랙 대북 접근이 초반부터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달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대북제재 공조를 통한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남북교류나 접촉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측의 방북 제안 등을 거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식이 이상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남북 간 대화 재개나 협상을 위해 관계 개선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요구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남북 교류에 대한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남북교류와 지원을 추진 할 때에도 이전 정부들과 같은 단순한 접근에서 벗어나 북한 사회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다층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남북 경협·교류 전문가인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사진)는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지원에 있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점은 남북한 주민 간의 접촉면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이라면서 “대북지원이나 공동행사 개최를 통해 북한의 다양한 계층과 접촉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앞으로의 대북지원은 반드시 북한 주민들이 직접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이는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목표”라면서 “먹는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이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없는 보건 의료 지원 분야도 눈여겨 볼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와 같이 남북접촉을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남북 주민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떤 형식의 만남이든 결국 북한 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대북지원과 관련한 투명성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정부들의 정책적 실수들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임 교수는 “지난 9년 반 동안 남북 당국 간 불신 수준이 너무 높아진 만큼,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기간이 꽤 걸릴 것이라 본다”면서도 “초기 단계에선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민간이 앞장서 남북 간 접촉면을 폭넓게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회의 전 영역을 당국이 통제하는 체제 특성상 순수한 민간 교류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정부는 북한 당국 주도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민간 교류는 점차 재개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민간에서 이뤄진 교류나 지원이 사실상 북한 당국의 통치 자금으로 전용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임 교수는 “남한과의 관계는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선 북한 당국이 모든 분야에 개입하려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남북 간 신뢰가 쌓이면 북한 당국의 개입도 점점 느슨해질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순수한 민간교류가 발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북한 시장화의 진전에 따라 민간 차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나 개인들도 많이 성장해 있다”면서 “비록 표면적으로는 당국의 이름으로 교류에 나오더라도 그 사람 역시 우리가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라 여기고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도발을 할 때마다 인도 지원이나 사회문화 교류를 중단한다면 그건 처음부터 안 하느니 만큼 못한 것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기 보단 일관성 있는 교류·협력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도발 억지와 남북관계 복원을 목표로 한다면 현 시점에서도 교류 정상화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민간단체들의 남북접촉, 방북 신청을 잇달아 승인했습니다.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승인한 건 작년 1월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사실상 처음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북한에 상당히 중요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탄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은 상당히 긴 여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이번 접촉은 그 긴 여정의 첫 발을 뗀 정도이며, 향후 여러 가지 난관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대북지원은 과거의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쌀과 비료를 대규모로 보내는 등의 지원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고요. 대신 북한 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지원이 직접 전해져서 그 분들이 혜택을 받는 방식으로 지원 방식이 설계돼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북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투명성을 높이는 게 쉽지 않은 과제이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와 협력하면 가능하기도 할 것이라 봅니다.

– 인도적 지원이나 종교 교류를 목적으로 한 민간단체들의 남북접촉 승인과 달리 6.15공동행사 개최를 위한 접촉 승인은 국내적으로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데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대북정책의 중요한 기조는 가능하면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또 핵문제와는 거리를 두면서 북한에 필요한 지원과 접촉을 하겠다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6.15 공동선언은 분명히 정치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인도지원과 동시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남북한 주민 간의 접촉면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인도적 지원은 지원대로 늘려 나가고, 공동 행사를 통해서 북한의 다양한 계층과 접촉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도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현 시점에 그러한 일이 적절하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저는 시점이 적절한지 여부는 이제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북한은 앞으로도 도발을 할 수 있을 텐데, 북한이 도발을 할 때마다 인도지원이나 사회문화 교류를 중단한다면 사실 그건 안 하느니 만큼 못한 것이죠. 어차피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고, 국민들이 그러한 새로운 길에 대해 지지를 보냈기 때문에 새 정권이 출범한 게 아니겠습니까.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식의 교류 협력은 해서는 안 됩니다. 이왕 할 것이라면 일관성을 갖고 남북교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 일각에선 섣부른 남북교류 재개가 핵·미사일 위협을 거듭하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남북교류와 도발 억지가 병행될 수 있을까요?

너무 이분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는 보내야죠. 우리가 당신들의 도발을 용납할 수 없다일정한 수준의 제재를 낮출 수는 없다하지만 우리는 남북관계 복원되기를 원한다그 목적은 북한 당신들이 더 이상 핵·미사일 위협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것이고,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남북교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도발 억지를 목표로 한 남북교류 또는 남북관계 정상화는 병행될 수 있다고 봅니다.

– 북한 체제 특성상, 순수한 민간교류라는 게 가능할 것인지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실 북한 당국이 모든 분야에 개입하려 하겠죠. 특히 남한과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순수한 민간교류는 초기 단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그러나 남북 간 신뢰가 쌓이면 북한도 조금 느슨하게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당국 차원의 개입도 점점 줄여갈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북한의 시장화가 많이 진전이 되면서, 어떻게 보면 당국의 이름으로 나오더라도 실제로는 민간 차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나 개인들이 성장해 있습니다. 비록 당국자 이름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그 사람도 우리가 변화시켜야 할 대상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우리가 현명하게 접근한다면, 초기단계에선 북한 당국이 관여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순수한 민간교류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 민간교류라는 명분으로 이뤄진 대북지원이 과연 민생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회의적인 의견도 많습니다.민간교류의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대북지원은 반드시 북한 주민들이 직접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돼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초기에는 100% 달성하기 쉽지 않겠지만, 이는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목표라고 봅니다. 사실 저는 초기 단계에선 먹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보건 의료 지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건 의료 지원은 북한 당국이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가능성도 없고, 보다 많은 북한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저도 보건 의료 지원 문제로 평양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가까이서 지켜보니 환자들 중에서는 북한 권력층도 있고 북한 체제를 떠받드는 이데올로그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아픈 상황에서 남쪽으로부터 보건 의료 지원을 받아 병이 나아짐에 따라 생각이 많이 바뀌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민간교류 및 대북지원은 가능하면 북한 주민들을 직접 접촉하고, 또 북한 주민들이 대북 지원에 대해 많은 감사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분명한 건, 북한 당국에게만 지원이 전달되고 민간이 어떤 혜택을 보는지 모르는 상태의 대북 지원은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 향후 본격적인 남북교류 및 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가동 중단 1년 3개월을 넘기고 있는 개성공단의 향방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만약 기업 입주가 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유엔 제재라든지, 미국의 독자 제재를 피해서 경영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런 기업 활동을 하려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핵과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개성공단 재개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분단국가로서, 또 통일을 지향하는 나라로서 개성공단이 갖는 중요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가동 재개를 위해선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 북한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제시를 해주고, 북한이 그에 대해 어느 정도 호응을 할 때 개성공단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북한이 협력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북한이 어느 정도 이익을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재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정도 인센티브는 있어야 북한이 협력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죠.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선 국민적 공감대와 국제사회의 양해도 이뤄져야 또 다시 공단을 닫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여부도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은 아닙니다만, 현 시점에서 새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5·24조치 해제는 현 단계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이 매달 끊임없이 미사일 실험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5·24 조치를 해제한다면 국민 정서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 통합된 여론을 토대로 대북정책이 이뤄져야 지속 가능성이 있는데, 5·24 조치 때문에 국민 여론이 갈라선 채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건 희망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북한이 5·24 조치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사과는 하지 않지만,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진정성 있게 나온다면 그 때 가서는 5·24 조치 해제를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새 정부가 출범 직후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북한 정권의 계산도 복잡해지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북한은 사실 욕심이 있죠. 핵보유국 지위도 인정받고 싶어 하고, 북한 입장에선 시급한 과제가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려면 북한으로서는 남북교류가 불가피합니다. 그간 남북대화나 교류 중단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에, 남북한이 대화하고 민간 교류 차원에서의 접촉이 많이 이뤄지다보면 북한의 요구 조건 수위도 조금 낮아질 것이라 봅니다. 즉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고 하는 노력, 경제개발 하려는 욕심, 중국에 대한 의존도 낮추려는 욕심 등 세 목표를 틀어쥔 채, 남한과의 경협 또는 민간교류 협력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 북한 주민들 역시 북한 내부 선전이나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 등을 통해 최근 몇 년간 대북제재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요. 이 시점에 민간 교류가 재개된다고 하면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북한 주민들이 남한 소식이나 정보, 문화를 많이 접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주민들은 민간교류 소식을 다 알고 있을 거라 봅니다. 북한 주민들이 남북 교류를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대북지원이 자신들의 혜택을 가져오는 차원에서 이뤄지길 바라겠죠.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도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고 교류 협력을 통해서 이익을 보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소식이 상당한 희망을 주는 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의 접촉 이후 그것이 본인들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내놓을 수 있도록, 우리가 교류 협력의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남북교류 및 협력이라는 게 결국 명분이나 상징성을 위한 게 아니라, 북한의 개방과 비핵화 그리고 민생 개선을 위한 정책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 시점에서 적절한 남북관계 복원 전략을 제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간 9년 반 동안 남북 당국 간 불신 수준이 너무 높아진 만큼,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기간이 꽤 걸릴 것이라 봅니다. 초기 단계에선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남북 간의 신뢰를 점진적으로 쌓아가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그 첫 단계로써 남북 당국 간의 만남도 필요하겠지만,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민간이 앞장서서 접촉면을 넓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군사정책, 안보정책이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죠. 북한이 더욱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남북관계를 이끌어나가면서 궁극적으로 남북관계의 정상적인 복원을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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