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늘 막판에 기회 놓쳐… 후회도 많이 해”

▲ 로버트 갈루치 美조지타운大 외교대학장

1990년대 중반 제1차 북핵위기 때 미국의 대북협상 수석대표로 활동했던 로버트 갈루치(61) 미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장이 12·19 대선 이후 한국의 변화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방한, 폭넓은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미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을 만나 남·북·미관계 전반을 논의를 한 데 이어 대미특사로 파견될 정몽준 의원, 전 외무장관인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와도 5일 별도회동을 가졌다.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냈던 미국의 첫 대북협상가 갈루치 학장은 권력교체기의 한반도정국과 교착국면에 빠진 2차 북핵사태를 어떻게 조망하는지 8일 서울프라자호텔에서 만나 얘기를 들었다.

1. 북핵 교착국면, 어디로

―6자회담이 북한의 핵신고 지연으로 인해 교착상태로 빠져드는 상황인데 미국의 첫북핵대사로서 현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불능화에 이어 핵신고를 완전하게해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적성국교역금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데 북한은 신고를 지연하고있습니다. 북한은 핵신고 때 플루토늄 보유량, 농축우라늄(UEP) 문제, 시리아와의 핵 커넥션 의혹 등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밝혀야 합니다.”

―북한 – 시리아 핵 커넥션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보시나요?

“북한이 시리아에서 도대체 무엇을 제공했느냐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점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이미 시리아 시설을 폭격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공격을 했는데도 중동에서 아무런 반발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시리아가 무엇을 보유했었다면 도대체 이 과정에서 북한이 어떤 역할을 했고 무엇을 제공했는지 명확하게 해명해야 합니다. UEP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은 파키스탄에서 받은 정보를 통해 상당부분 파악하고 있는데 북한은 언급을 꺼리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현재 북한이 해야 할 의무입니다.”

―북한 – 시리아 커넥션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핵진전을 막기 위한 네오콘의 음모설이라는 주장도 나오고있는데.

“한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한국에 아무런 위해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엔 엄청난 재난이 됩니다. 한국의 일부 인사들이 북한-시리아 핵커넥션 의혹을 단순히 북핵진전을 저지하려는 네오콘의 음모로 일축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북한-시리아 핵 커넥션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것을 북핵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선 행위로 봐야 합니까?

“물론이죠. 지난 5~6년간 핵무기테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알카에다 같은 테러그룹이 핵무기로 미국도시를 공격할 경우 미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북한-시리아커넥션은 미국의 안보에 아주 심각한 문제죠. 북한이 핵물질이나 기술을 시리아에 이전했다면 명백하게 레드라인을 넘어선 행위로 봐야 합니다.”

―1차 북핵위기 때와 비교할 때 현재 2차 북핵위기에 접근하는 북한의 태도나 상황에 변화가 있습니까?

“북한은 대개 협상을 잘해놓고도 막판에 결단시점을 놓쳐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측도 이것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해 후회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의 전반적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네바합의 이후 한국의 경제력은 지속적으로 커졌지만 북한의 경제력은 점점 나빠지고, 군사력도 현저하게 약화되는 추세입니다.”

―그렇지만 제네바합의 이후 북한은 붕괴하지 않았고,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북한의 경제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것은 북한이 일종의 컬트(광신적 숭배)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경제력이 더 약화돼도 북한은 붕괴되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상황이 안팎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6자회담 과정을 봐도 북한이 점점더 코너로 몰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이제 주변국 모두가 핵포기를 압박하는 형국에 놓이게 된 것이죠.”

2.대선이후 남·북·미관계 변화하나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의 대미, 대북관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4일 면담 때 이 당선인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런 언급이 아주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나는 한·미동맹의 현재상태가 그렇게 나쁜 상태는 아니라고 보지만, 이명박시대 한·미동맹은 현재보다는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한국정부는 북한에 당장 무엇을 바라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는 대북햇볕정책을 견지해왔는데 이런 행태가 미국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하며 북한의 이행실적에 주목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언급은 미국의 대북접근법에 상당히 근접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이 당선인의 북핵인식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이 당선인은 2·13합의에 대해 얘기하면서 북한이 그것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우리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완전하게 핵신고를 해야 대북경제 지원 및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합의 이행수준에 맞춰 그에 걸맞은 반대급부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인데 우리는 이같은 그의 발언을 주목합니다.”

―정몽준 의원이 이 당선인 특사로 곧 미국에 가게 되는데 어떤 활동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아직 정 의원이 부시행정부의 고위인사 중 누구를 만날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일단 미국측 고위인사들에게 한·미관계 및 남북관계에 대한 이 당선인의 기본입장과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이 당선인의 방미준비를 위한 기본적인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어떤 의제가 어느 수준으로 얘기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깜짝 놀랄 어떤 것이 제기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

3. 미국대선과 한반도파장

―미국대선에 대해 전망을 하신다면.

“공화당은 후보난립상태라 예측이 어렵지만 민주당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버락 오바마 후보 중 한 사람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죠. 둘 중 누가 후보가 되든 놀랄 만한 일이고, 실제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아주 흥미로운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 클린턴은 여성이고 오바마는 흑인입니다. 누가 돼도 미국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입니다 ”

―클린턴 후보나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클린턴 후보는 중도, 오바마 후보는 진보성향을 보이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오바마 후보의 경우 글로벌 이슈에 대해선 좀더 다자주의적으로, 국내문제에 대해 좀 더 진보주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안보문제, 예컨대 중동, 이스라엘, 북핵, 호주 일본 한국과의 동맹유지 등에 대해선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

―조지 W 부시 행정부 이후에도 6자회담 프로세스가 지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민주당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클린턴 후보, 앤서니 레이크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바마 후보 자문역을 맡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6자회담을 통한 북핵해결을 지지하고 있습니다.그러나 공화당 후보들은 어느 누구도 북핵문제를 얘기하지 않고 있어 이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국인들은 클린턴 후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많이 실망을 했는데.

“클린턴 후보나 오바마 후보는 우선 민주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공학상 후보지명 과정에서는 누구도 FTA를 지지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클린턴 후보가 막상 대통령이 된다면 FTA를 지지하게 될 것이니 크게 낙담할 필요가 없습니다.”

갈루치 대학장은 누구

제네바협상에서 대북경수로 제공을 합의했던 갈루치 학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의 국가적 이익이 북한의 핵폐기에 맞춰져 있다면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고 핵을 폐기시키자”고 제안했다. 북한이 경수로를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정치적 명분일 뿐이며 경수로를 제공해도 한·미 양국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1946년 뉴욕주 브루클린 출생 ▲스토니 브룩스 뉴욕주립대 졸업, 브랜디스대 정치학 석·박사 ▲미국무부 군축국, 정보조사국 (1974~)▲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유엔특별조사단(1991) ▲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1992~) ▲북핵협상 수석대표 겸 북핵대사(1994)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장(1996~) ▲ 공저 ‘북핵위기의 전말’(Going Critical) 등.

인터뷰 = 이미숙 정치부기자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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