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뉴욕필 생중계한다면 전례없는 일

북한이 오는 26일 뉴욕필하모닉의 평양공연 장면을 북한 전역에 생방송하기로 동의했다고 뉴욕필의 자린 메타 사장이 밝힌 대로 실제로 생중계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방송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북한은 어떤 행사도 TV를 통해 생중계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도 ‘실황중계’가 많이 있지만, 실시간 실황중계가 아니라 2시간 이상 늦춘 녹화중계다. 반드시 검열과 필요하면 편집을 거친다.

군대나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갖는 열병식, 각종 군중대회, 예술단 공연 등에 대한 ‘실황중계’라는 것은 사실 모두 녹화중계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할 때도 녹화와 녹음으로 이뤄졌을 정도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도 북한에선 모두 녹화 방송됐다.

한 탈북자는 21일 “이번 평양 공연이 뉴욕필의 발표처럼 정말 리얼타임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된다면, 실시간 중계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생중계라는 개념이 북한에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돌발상황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생중계는 큰 모험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이 뉴욕필 공연의 생중계에 실제로 동의했다면, 북한 당국이 뉴욕필의 평양공연을 “미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라거나 김 위원장의 “선군외교의 승리”라는 식으로 선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될 음악 자체는 비교적 정치적 중립성이 큰 고전음악이므로 위험부담이 적은 편이다.

뉴욕필 평양 공연의 한반도 전역 중계권을 가진 MBC의 홍혁기 부장은 “뉴욕필로부터 북한이 생중계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있다”며 “중계권을 가진 만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영상을 북한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장은 그러나 “북한에서 생중계라는 것이 매우 생소하므로 진짜 생중계를 할지는 당일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2006 독일 월드컵 경기대회나 2003 부산 아시안게임 등 때도 남쪽의 도움으로 경기장면을 제공 받았지만 받자마자 그대로 북한 가정에 전달된 적은 없다.

그러나 북한이 생중계 의지만 있다면 중계권을 가진 MBC측의 도움을 받아 큰 어려움없이 북한 주민들의 안방에 뉴욕필의 선율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북한도 중계차나 기본적인 설비는 갖춘 만큼 생중계에 기술적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결국 북한 당국이 정치적으로 어떠한 결단을 내렸는지가 실제 생중계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뉴욕필 공연을 북한 전역에 생중계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연장인 동평양대극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공산이 크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소식을 언론매체를 통해 전할 때도 하루 또는 수시간씩 늦춰 내보내면서 신변경호를 위해 김 위원장의 동선을 철저히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이 참석한다면 편집이 불가능한 생중계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김 위원장이 공연을 참관한다면 북한 당국이 생중계를 하지 않을 것이고 생중계를 한다면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동선을 철저히 감추는 것은 북한에서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생중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는다면,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김 위원장의 관심과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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