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뉴욕채널’ 성격 변하나

“북한 ‘뉴욕 채널’의 성격이 변할 지 잘 살펴봐야 한다.”
북한의 ‘비공식 주미대사’로 불리는 한성렬(韓成烈)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가 교체될 것으로 알려진 28일 서울의 대북(對北) 문제 전문가는 ’뉴욕채널’의 의미를 상기시켰다.

무엇보다도 한 차석대사가 차지하는 무게감을 감안한 듯 했다. 1992년 외무성 미주과장을 거쳐 1993년 9월 유엔대표부 공사를 시작으로 뉴욕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한 차석대사는 ’북한의 입’ 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인 이슈가 돼버린 북핵 파문은 물론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 등 굵직굵직한 북한 관련 사태 때마다 세계 언론은 그의 입을 주시했다.

1997년 5월 북한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으로 임명돼 평양으로 갔던 한 차석대사는 2002년 8월 현직을 맡으며 다시 뉴욕채널을 책임지게 됐다.

그 위로 박길연(朴吉淵) 대표부 대사가 있지만 박 대사의 경우 유엔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대미 관계는 한 차석대사가 주로 맡아온 만큼 한 차석대사의 교체는 사실상 북한의 대미 정책 흐름과 연결돼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앞두고 미국 고위인사가 한성렬을 통해 모종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당시 한 차석대사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당시부터 한성렬의 위상변화 가능성이 거론됐었다”고 저간의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측의 메시지를 평양 당국에 보고했지만 아무런 훈령을 받지 못하고 ’회신 전화’도 못할 정도로 한 차석대사의 위상이 위축됐을 가능성을 분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내부에서 뉴욕채널을 운영하는 방식과 효율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을 거쳐 국무부 정보조사국(INR)에서 오랫동안 북한을 담당했던 로버트 칼린 씨는 ’강석주 연설’을 가상한 최근 글에서 북한의 뉴욕채널이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좋지 않은 우체통’으로 전락했다고 비유한 바 있다.

칼린 씨는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연설문을 가장해 쓴 이 글에서 “우리(북한) 예산에서 뉴욕 채널이 얼마나 많은 돈을 먹고 있는지 불만이 많았다”면서 “궁극적으로 우리는 인건비를 정당화할 근거가 더 이상 없었고 따라서 뉴욕 채널의 인원을 감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북한 내부 사정이 워낙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긴 하지만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미 협상을 주장해온 북한 외무성의 입지가 약화돼온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대미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북한 군부가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미국의 대북 압박을 완화시키지 못한 뉴욕채널의 유용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한 차석대사의 후임으로 알려진 김명길 군축평화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경력으로 볼 때 한 차석대사와 매우 흡사한 인물이다.

군축평화연구소-외무성 미주라인-유엔대표부 등 두 사람의 궤적은 거의 닮았다. 김 위원은 오래전부터 한 차석대사의 후임으로 거론돼왔다. 5년이나 뉴역에 체류한 한 차석대사의 교체가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 수뇌부의 ’인물 키우기’ 전략에 따른 자연스런 바통 터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도 “한성렬의 교체가 북한 당국의 정책이나 전략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시간을 두면서 뉴욕 채널의 역할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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