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뉴욕채널 가동 `형식’보다 `내용’ 중시

톰 케이시 미국 국무부 공보국장이 10일 북한과의 뉴욕 접촉 채널이 열려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그 채널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단 케이시 국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금처럼 북ㆍ미 간 의사 소통로가 꽉 막힌 상황에서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외무성 담화와 언론 매체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회담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근거로 뉴욕채널 차단을 거론하면서 뉴욕 채널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곤 했기 때문이다.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는 2.10성명 발표 다음날 클린턴 전임 행정부 시절 북ㆍ미 직접대화 통로였던 뉴욕채널이 부시 행정부에선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이래선 우리와 공존하려는 의사가 있는 걸로 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뉴욕채널 가동이라는 형식도 절실하지만 북ㆍ미 간에 어떤 대화를 주고 받느냐가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처럼 양국이 서로 양보하고 협의하는 노력을 보일 때에는 공식회담에서 안풀리는 것을 뉴욕채널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지만 적대정책을 펴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서는 접촉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뉴욕채널이 가동되더라도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한 설명이 없고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 의지가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북한은 더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기존의 강경대응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집권 기간 뉴욕접촉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몇 차례 있었다.

북한 외무성(2004.12.4)은 지난해 12월 3일 마지막 접촉에 대해 “미국측이 우리에 대한 정책변경 의지는 의연히 보이지 않고 6자회담 과정을 우리의 평화적 핵개발을 포함한 모든 핵계획을 먼저 없애는 공간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는 판단을 가지게 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같은해 8월 뉴욕 접촉에서는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제안은 본질상 ‘전향’이라는 보자기로 감싼 선핵포기 주장”이라면서 특히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에 대한 공약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았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반면 긍정적 접촉도 있었다. 제 1차 6자회담이 끝난 지 3개월여만인 2003년 11월 1일 접촉에서는 2차 6자회담을 12월 초에 재개하자는 입장을 미국측에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의 ’서면 불가침담보’ 발언과 관련, “우리와 공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고 동시행동원칙에 기초한 일괄타결안을 실현하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 고려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을 뉴욕채널로 미국측에 전달했다고 조선중앙통신(2003.10.25)이 밝힌 바 있다.

이런 전례들은 북측이 뉴욕 채널의 가동 자체를 원하는 게 아니라 접촉의 내용, 즉 미국의 입장 변화를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8일 “미국이 우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6자회담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보도들이 전해지고 있기에 그것이 사실인가를 미국측과 직접 만나 확인해 보고 최종결심을 하겠다고 한 것뿐”이라고 밝힌데서도 드러난다.

지난 3월 7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바란다면 다른 통로로 돌지 말고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정책 전환의 입장을 공개 표명하거나 북ㆍ미 뉴욕채널을 통해 공존 의사를 직접 전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의 적대정책 변화의지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뉴욕채널 등을 통해 라이스 장관의 주권국가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려고 할 수 있다”며 “6자회담 복귀 이전에 비공식 접촉이든 개별적 실무진의 접촉이든 반드시 미국의 해명을 들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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