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누가 권력 잇든 어려운 상황 직면할 것”

북한 전문가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탈북자 300여 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전환의 목격: 탈북자를 통한 북한 통찰'(Witness to Transformation: Refugee Insight into North Korea, 스티븐 해거드 공저)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이 책에서 북한 주민들이 외부정보를 접하는 빈도가 늘면서 체제이완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폐개혁 실패가 주민들의 체제불만을 증폭시켰다고도 했다. 


책 발간을 기념해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외국 미디어를 접하며 당국의 설명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체제불만이 널리 퍼지면서 개개인 간의 낮은 신뢰도로 인해 원자화된 사회로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후계와 관련, “김정일로부터 누가 권력을 이어받든 그 사람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번에 새로 나오는 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 좀 부탁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자료를 수집했으며, 얼마나 많은 탈북자들을 만났는지, 그리고 어떤 지점에 방점을 찍으며 조사에 임했는지 등에 대해서.


1990년대 ‘파멸을 피하여: 두 한국의 미래’ (Avoiding the Apocalypse: the Future of the Two Koreas, 2000)를 쓰면서 처음 탈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후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장윤옥 교수가 2004년에서 2005까지 수행하던 중국내 탈북자 조사를 기획하는 것을 도왔다. 이 일은 스티븐 해거드 (Stephan Haggard) 박사와 내가 2006년 위원회를 위해 편집한 보고서의 중심내용이 되었다. 장 교수의 조사는 아주 혁신적이었지만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응답자들이 사실상 북한으로의 강제 추방에 직면한 불법 입국자였고, 일단 본국으로 송환되면 그 운명이 불확실했기 때문에 우리 마음에 들 만큼 자세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교수와 그녀의 동료들은 어렵게 130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해거드와 나는 그 뒤 2009년 11월에 한국에서 두 번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전보다 작은 규모였지만(300명), 보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환경에서 더 오랜 시간 미묘한 차이들이 반영된 질문들을 해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한국에서의 인터뷰에서 얻은 결과로 중국 조사에서 얻었던 결과를 재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이번 책은 이 모든 작업들을 종합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탈북자들이 중국에서의 경험뿐만 아니라 북한에서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심리적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기근의 경험은 북한 사회를 관통하여 계속해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우리는 시장화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것은 북한사회의 발전 경로에 대한 인식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시장은 돈을 벌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보이며, 국가와 당의 입장에서도 여전히 귀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는 애국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장은 당과 국가가 일반 인민들의 경제적인 포식자 (economic predation)로 군림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의 세 번째 큰 주제로 이어지는데, 바로 경제적 행위의 국가적 범죄화라고 할 수 있겠다. 북한 법률의 개정은 경제범에 대한 정의를 넓혀 왔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이 이러한 제약들을 위반하며 이것은 모든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본다. 경찰은 누가 체포되고 누가 감금되는지에 대한 특별 재량권을 갖고 있고, 구금 시설의 상태는 끔찍하다. 사람들은 그들 또는 그들의 가족이 걸려들지 않도록 보장받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 하기 때문에 이것은 뇌물을 뜯어내는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형벌 제도는 정치적 탄압 기구로서 전통적 역할을 실행할 뿐만 아니라 강탈을 위한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외국의 뉴스 미디어를 접하고 있으며, 모든 문제를 적대적 외세의 탓으로 돌리는 당국의 설명을 점점 더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런 반체제의식이 인민을 단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체제불만이 널리 퍼지면서 북한은 개개인 간의 낮은 신뢰도로 인해 특징지어진 원자화된 사회 (atomized society)로 머물러 있다.


– 2000년대 들어서 북한 내부 사회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지? 특히 2000년대 초기와 후기는 어떻게 다른지?


우리의 조사는 1990년대 중반에 얼마나 빨리 과거의 중앙계획체제가 붕괴되었고,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빨리 시장이 발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우리가 발견한 것들 중 하나는 그 때 이후의 시기 동안 북한 당국은 경제 정책을 변경했지만 (2002년과 2005년),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점에서, 그들은 국가로부터 분리되어 왔다. 점증하는 부패와 불평등을 다루고 있다. 전에 정부나 당 기관에서 일했던 응답자들은 그들의 동료 사이에서 부패가 증가되고, 또 이념적 세뇌에 들이는 시간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한다. 당국은 사회 일부분에서 통제력을 잃고 있음을 이해하는 듯 보이고 2004 또는 2005년 이후 상당수의 국가 행위자들은 통제력을 다시금 분명히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당신이 만난 탈북자들을 통해서 감지된 화폐개혁의 후유증은 어떤 것이 있나? 화폐개혁 전후의 사회나 일반 시민의 여론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우리의 조사는 화폐 개혁 이전에 수행되었기 때문에 정확히 그 사건에 대한 결과는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인민들의 고통에 대한 책임을 외세가 아닌 그들의 당국에 돌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직시한다. 화폐 개혁 또한 명백하게 자초한 재앙이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책임 전가를 당국에게 돌리는 경향을 더 확고하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책과 관련해서 우리는 새로운 블로그(North Korea: Witness to Transformation http://www.piie.com/blogs/nk/)를 시작했다.


– 외부 세계에 대한 북한 일반시민들의 관점에 변화가 있는지? 혹은 시장을 통해 유입된 해외의 바람으로 인한 사회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이 있나?


사람들은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점점 더 많이 외국에서 공급되는 뉴스들을 접하고 있다. 우리가 발견한 것들 중 하나는 외국 뉴스를 접하는데 대한 거리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북한을 떠난 많은 탈북자들은 외국 뉴스가 전해지는 외국뉴스를 접하기는 했지만 거기에 완전히 매몰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거리낌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일부 주장과는 달리, 이는 도시나 젊은층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우리가 수행한 조사에서, 외국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은 중년 사이에서 가장 높았고, 반면 침투율은 1990년대에는 도시 지역이 더 높았지만, 지방이 근본적으로 따라잡고 있다.  


– 2000년대 들어서도 배급제도의 재개, 시장폐쇄, 쌀 거래 금지, 시장의 나이제한 등 과거로 돌아가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이런 시장거래 단속의 제재가 아무런 실효가 없이 끝나기는 했다. 이런 단속이 북한사회에 끼친 영향은 어떤 것이 있을까?


북한정권은 인간 본성과 시장 사이에서 끊임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북한 정권은 시장을 억압하려 하지만 시장 기능을 대신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타협과 후퇴를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시장을 억압하려는 반복된 시도는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그들 스스로와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주민들의 능력에 간섭하는 것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보다 더 큰 일반 주민과 국가 간 긴장의 원천이다.


– 처벌과 관련한 질문이다. 시장에서 장사로 인해서 단속되었을 경우, 어떤 종류의 처벌을 받게 되는지? 북한사회에서는 어떤 종류의 범죄가 일반적인지, 그리고 처벌의 일반적인 개념은 무엇인지, 처벌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


역사적으로 북한에는 다른 나라들과 유사한 중범죄와 경범죄를 다루는 감옥과 같은 구금 시설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구 소련을 모델로 한 정치범수용소도 있다. 새로운 것은 기근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노동단련대이고 이것들은 그 후에 북한 형법으로 제도화되었다. 이곳들은 대부분 낮은 수준의 경제 범죄로 고발된 사람들 보내지는 곳이다. 학대하는 비율이 중범죄 감옥이나 정치범 수용소와 같은 기구들에서는 그리 높지 않으나, 한번 투옥하는 기간이 일반적으로 짧아진다는 점(일반적으로 일주일 또는 한 달)을 고려했을 때, 구타당한 투옥자가 죽게 되는 것과 같은 학대를 증언할 가능성은 실제로 꽤 높다. 경찰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결정권은 사람들을 구류하고 학대가 많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감옥에서 나가기 위해 기꺼이 뇌물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시장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체포될 가능성이 50배 이상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연하게도 부패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 시장활동을 통해서 북한사람들의 민심이 정권과 멀어지고 있고 또 반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런 반감들이 북한사회나 정권을 변화시킬 만한 응집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설명을 했다. 그렇다면 북한정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시민의 힘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북한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는 정책 제안을 탈북자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더 광범한 인권문제나 인도주의적 사안으로 나누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북한정권의 개입이 요구되는 사안과 북한정권의 동의 없이 진행 할 수 있는 사안으로 나누었다. 쉬운 답과 빠른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북한정권의 ‘책임회피성’ (unaccountability) 을 제한하게 되는 계획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주민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상황은 더 나쁘다. 외부에서 보자면, 북한정권을 더 책임감 있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주민들이 그들의 상황을 보다 더 잘 알고, 그 정권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간단한 말로 표현하자면, 이것은 북한으로 정보를 들여보내는 것이다.


– 이제는 뇌물이 북한사회의 일반적인 사회체제가 되어버린 경향이 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이미 돈벌이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요소 또한 정치적인 체제를 뒤흔드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을까?


뇌물의 영향은 양면적이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일종의 안전밸브 역할을 한다. 비정기적인 방식으로 수입을 얻는 간부들에게는 급여를 완전히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기관의 정치적 목표와 지방간부의 지역적인 관심사 차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탈북자의 이동이 그 예다. 중앙당국은 국경지대의 이동을 막고 싶으나, 지방 간부들이 이를 눈감아 주거나 덜 엄격한 방식으로 그들의 책무를 집행함으로써 돈을 벌고 있다.


결국에는 중앙 당국은 그들의 통제기관들이 질적으로 느슨해질 것이다. 북 정권은 이런 가능성을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이며, 그런 이유로 반복적으로 반부패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북한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체제는 북한 정권으로서는 거대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김정일 또는 앞으로 김정은에 의해 지도될 북한정권이 이 시장 체제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이라고 보는지?


북한 정권은 그들 자신만의 방식, 즉 통제 하에서 경제 현대화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중국과의 국경무역과 관련해서 이러한 현상이 명백히 보인다. 북한 정권은 중국과 거래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국가가 직접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주체들에 의해 분산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북·중간의 무역이 중앙에 의한 통제 하에 있는 단체들에 의해 수행되길 원한다. 정권은 분명히 자유 시장을 불편해하고 있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마땅히 그렇다. 우리가 한 조사에 따르면 시장활동에 관여한 사람들이 체포될 확률은 50% 이상이며, 이 사람들이 명백하게 체제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이들의 반체제 견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 의사소통의 반(半)자치적인 구역으로써, 그리고 정권과는 별개의 부와 사회적 지위 그리고 잠재적으로는 정치적 권력을 쥘 수 있는 대안적인 길을 잠재적으로 제공해주는 장으로써 등장하고 있는 시장을 두려워하고 있다. 


– 시장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불안 요소를 함께 끌어안고 있는 북한 정권으로서, 특히 후계자 김정은으로서는 앞길이 어두울텐데, 김정은의 미래와 그의 체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기대를 하는지?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까? 후계체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우리가 한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한 질문 중 하나는 ‘그 나라를 위해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였다. 그들은 압도적으로 통일을 원했다.


북한이 독립적으로 남아있는 채로 다른 종류의 정부가 들어서는 것과 같은 ‘제3의 방법’에 대한 지지는 그리 많지 않았으며, 거의 아무도 현 상태의 유지는 원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검증될 수는 없지만, 응답자들은 이러한 의견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친구나 가족들과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로부터 누가 권력을 이어받든 그 사람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