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업지원 EU형 모델 고려해야”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해 농업 분야에서는 유럽연합(EU)의 동유럽 지원 사례를 참고해 남한과 국제사회가 체계적으로 북한 농촌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농업전문연구기관 GSnJ가 20일 발표한 ’경제공동체 향한 북한 농업개발 지원모델’ 보고서에서 이광석 성균관대 교수는 기존 남북농업협력의 한계를 지적하며 EU가 2000년 이후 폴란드.페코 등 중.동부 유럽국을 대상으로 추진한 ‘농업통합전략 프로그램(SAPARD)’을 협력모델 대안으로 제시했다.

◇ 외자 끌어들인 농업투자사업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동안 남북한 농산물교역 규모는 1천860만달러에서 1억6천90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었으나, 실질적 농업협력이나 교역 환경 개선 측면에서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계약재배 등 협력사업 결과로 반입되는 북한 농산물과 남한 생산자들의 이해가 상충하는 문제가 있는데다, 농업생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 실정에서 남한의 부족분을 메울만큼 북으로부터 농산물을 보충한다는 개념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북한이 비료.농약.종자.농기계 등 농업기자재 지원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농업생산지원을 위한 남한 인력의 왕래와 기술지원 등에 지나친 제약을 두는 것도 농업교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농업 협력 활성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구상과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자 뿐 아니라 기술 및 인력 교류가 함께 추진되는 종합적 지원을 지향하고, 농업협력사업도 단순 농자재 지원에서 벗어나 외부자본과 선진기술을 끌어들인 ’농업투자사업’으로 전환돼야한다는 것이다. 협력사업 관련 자료와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고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등 경제협력사업으로서의 투명성 확보도 전제조건으로 거론됐다.

특히 북한이 빈곤에서 탈출하고 남북한간 농업협력 규모가 커지려면 국제사회가 동참, 농림수산 분야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가 꼭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 SAPARD..지원국 자율성, 재원관리 투명성 확보

이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EU가 신규 가입 신청국인 중.동유럽 국가들과의 완전한 통합을 목표로 2000~2006년 추진한 SAPARD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고 조언했다.

SAPARD는 중.동부유럽 10개국의 농업.농촌 환경의 구조적 개선을 지원하기 위한 EU 차원의 프로그램으로, ▲농업경영 개선 투자 ▲농업생산자 조직 육성 ▲토양개량 및 경지정리 ▲농업용수관리 ▲친환경 생산 ▲농외소득 개발 ▲농수산물 가공.유통 개선 ▲식품 품질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검역.방역 등의 사업이 포함된다.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기존 EU 회원국들의 농업.농촌개발 사업을 토대로 하되, 개별 지원 대상국이 설정한 사업 우선순위를 반영해 추진됐다. SAPARD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원은 EU와 신규 가입신청국이 함께 마련했다. 공공 프로젝트의 경우 EU가 최대 75%, 나머지를 가입국이 부담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사업의 경우 민간부문이 최대 50%를 투자하도록 원칙을 정했다.

아울러 가입 신청국, 즉 지원대상국들이 최대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회원국들과 비슷한 수준의 통제 및 재정시스템을 갖추게 함으로써 농촌개발 원칙과 절차에 관한 실질적 경험을 얻도록 배려했다.

EU는 지원 대상 나라들에 SAPARD 프로그램을 담당할 기관을 EU 승인을 거쳐 새로 설립토록하고, 이 기관에 프로그램 관리 업무를 전적으로 이관했다. 또 프로그램 지원금에 대한 회계.정산에는 유럽농업지도보증기금(EAGGF)과 같은 원칙을 적용, EU 집행위와 감사원 등으로부터 사전평가, 현장모니터링, 중간평가, 사후평가 등 철저한 4단계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이 교수는 보고서에서 “SAPARD는 사회주의 체제였던 중.동부유럽국가들의 농업.농촌을 안정적, 점진적으로 개혁.개방해 경제통합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남북간 긴장관계가 완화되면 SAPARD를 우리 실정에 맞게 조정해 농업협력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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