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사철, 비료와 비닐 태부족일텐데…

북한이 최근 수년간 봄철마다 남측 민간단체들에 못자리용 비닐의 지원을 요청해왔으나 올해는 필요한 시기가 지날 때까지 아무런 요청도 없어 이들 단체들이 그 이유를 궁금해 하고 있다.

21일 대북 지원 단체들에 따르면 남측 민간 단체들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001년 북한에 못자리용 비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부터는 창구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로 일원화해 정부 지원금을 보태 매년 3월 중순께 비닐을 보냈었다.

북측은 2001년 3월 전농에 팩스로 보낸 통신문에서 “귀 단체 등의 노력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며 우리로서는 남포항으로 보내 주면 좋겠다”고 밝혔으며, 2006년과 2007년에도 각각 2월에 북민협에 비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올해는 북한에서 볍씨를 뿌려 못자리를 만드는 시기인 3월 중순이 지났는데도 비닐 지원 요청이 전혀 없다.

북민협 회장 단체인 기아대책 관계자는 “늦어도 2월에는 북측의 요청이 공문 형태로 들어와 3월 비닐을 북송해왔다”면서 “늦어도 4월초까지는 농장으로 비닐이 전달돼야 모가 서리를 맞지 않는데, 전달 절차를 밟는 데 한달이상 걸리는 만큼 시기적으로 볼 때 올해 비닐 지원은 이미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민협은 2006년 정부와 매칭펀드 방식으로 12억원 상당의 비닐(350만㎡)을 보냈으며, 지난해는 전액 정부 지원금을 받아 10억원 어치의 비닐(430만㎡)을 북송했다.

이에 따라 일부 민간 단체는 북측의 요청이 없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비닐을 보낼 계획이다.

우리겨레하나되기 광주.전남운동본부 관계자는 “지난달에도 북한을 방문해 민화협 관계자와 만났지만 비닐 지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라며 “매년 비닐 지원을 해온 만큼 북측의 요청이 없더라도 이달말 5천만원 상당의 비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민간단체 관계자는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 당국간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북한이 ‘눈치’를 보느라 지원요청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지난해 사용했던 비닐을 재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못자리를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에선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농사준비를 위해 비료와 비닐 박막을 구하려는 각 단위의 발걸음이 보다 분주해졌다”고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은 최신호 소식지에서 전하고 “식량이 없는 가운데 올해 농사시기를 놓치면 내년은 정말 모두 죽은 목숨이라는 절박감에 각 단위들에선 비닐 박막 한장, 비료 1kg이라도 더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특히 올해 비료사정이 매우 긴박해 노동당 자금으로 비료를 구입키로 하고 중국 무역회사와 비료 3천t을 45일 후불제로 수입키로 했으나 3월 현재 신의주를 통해 1천t만 들어온 상태라고 소식지는 덧붙였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비료 수입에 노동당 자금을 사용키로 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매년 3월 볍씨 파종을 시작하지만 3월말이나 4월초까지 서리가 내려 냉해 피해가 심각한 데도 최근 비닐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석유 수입이 줄고 에너지 부족으로 공장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서리 피해를 막기 위한 못자리용 비닐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에서는 보통 1회용으로 0.03㎜ 두께의 비닐을 쓰고 있는데, 민간 지원단체들이 북한에는 주로 0.07㎜ 두께의 비닐을 보낸 것은 “두꺼운 비닐을 보내주면 재활용해서 쓰겠다”는 북측 요청에 따른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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