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법 ‘8시간제’…’당 방침’ 때문 ‘유명무실’

4월 18일은 북한의 노동법령 발표 기념일이다. 북한은 해방후인 1946년 6월 24일 최초의 민주주의 노동법이라 일컫는 북조선 노동자 및 사무원에 대한 노동법령을 제정했다.


이 법령은 ▲1일 8시간 근로 ▲유해·위험작업 및 소년근로(14~16세)는 1일 7시간 및 6시간 근로 ▲14세 미만 근로금지 등을 비롯해 여러가지 노동 법규를 담고 있었다.


그후 1978년 최고인민회의 제6기 2차 회의에서 ‘사회주의노동법’이 제정됐고, 이 날을 ‘노동법령절’로 규정했다. ‘사회주의노동법’은 1986년 2월과 1999년 6월 두 차례에 개정을 거쳤다. 


8장 79조로 구성되어 있는 북한 노동법은 8시간 노동제와 유급휴가제 등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8시간 노동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북한에서는 ‘전투적으로 일하고 긴장하게 생활할 데 대한 당의 방침’이 노동법의 ‘8시간 노동제’보다 앞선다. ‘당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전투적 기풍’에 노동법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모든 부문이 비슷한 상황이지만 특히 농업부문에서는 ‘8시간 노동제’가 심각하게 무시되고 있다. 협동농장 농장원들은 1~2월을 제외하고는 봄, 여름, 가을을 들판에서 살다싶이 해야 한다.


특히 파종시기인 4~5월에는 “별을 이고 나갔다 별을 이고 들어온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새벽 4시부터 아침까지 모 뜨는 작업을 하고 낮 시간에는 논에 모를 심는다. 날이 어두워 모줄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야 간신히 허리를 펴고 모판으로 이동한다.


김일성이 창안했다는 주체농법의 ‘적기적자'(適期適作) 교시에 따라 농장원들은 혹사를 당하고 있다. 파종 시기에는 하루 노동시간이 무려 20여 시간에 달하기도 한다. 사회주의노동법 규정에 따르면 이틀하고 절반이 더 되는 시간이다. 


봄철 파종을 도우려 ‘농촌지원’에 나가는 도시 주민, 학생들도 이와 비슷한 시간동안 일을 해야한다. 특히 현실체험 및 과외활동 명목으로 농사일에 동원되는 중학생들은 경우 아침에 깨어나면 과도한 노동 때문에 코피를 쏟기도 한다. 미성년자들에 대한 이런 노동은 사회주의노동법의 ‘1일 6~7시간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명백한 ‘위법행위’다.


무더운 여름철에도 농장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김매기를 진행한다. 한낮의 무더위에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새벽 4시부터 제일 무더워지는 오전 10시까지 일을 하고,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또 일을 한다. 오전 10시~오후 3시까지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이 시간에 개인 소토지를 돌봐야 하고 점심식사와 가사노동도 해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기타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8시간 노동제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8시간 노동이 끝나게 되면 30분~1시간 가량의 작업총화가 있으며, 이어 조직별로 일주일에 1회 생활총화(1시간)를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 정치 강연회, 정치 학습, 김정일 말씀 및 방침 전달, 기술학습 등 각종 학습이 매일같이 이어진다.


북한에서 ‘3대 위인’이라고 선전되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생일이 되면 ‘충성의 노래모임’이나 ‘문답식 학습경연’까지 참여해야 한다. 


도시 노동자들도 결국 아침 8시까지 출근해 저녁 9시나 되어야 퇴근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무질서한 노동시간으로 안해 맞벌이 가정들에서는 가사일을 놓고 부부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2010년 1월에 입국한 탈북자 A씨는 북한에서 시급 공장기업소에서 부기원(회계담당)으로 일했다. 북한에서 부기원은 직속 상관인 부기장과 함께 회사의 살림살이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A씨는 아침 8시 조회에 참여한 뒤 출근율을 종합해 구역 인민보안서에 가서 담당보안원에게 공장 노동자들의 출근율을 보고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출근율을 경찰조직이 관리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한국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A씨는 공장기업소 내에 제기되는 각종 계산서나 영수증, 여행증신청서 등 온갖 자질구레한 심부름도 도맡아야 했다. 


하루종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저녁 9시가 되어야 퇴근하면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녀에게 “오늘은 왜 또 이렇게 늦었냐”는 남편의 가시돋인 인사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런 아내들을 둔 남편은 “조선 혁명은 저 혼자 다하는가?”라는 식의 말로 짜증을 내기 일쑤다. 부부싸움이 잦아지면 손찌검을 하는 날도 생기고 죽기살기로 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흔하다.  이 씨 부부는 잦은 부부싸움으로 이혼에 이르게 되었고, 결국 한국까지 오는 기구한 인생길을 걸어오게됐다.
 
이처럼 불규칙적인  노동시간은 청소년들에 대한 가정교육에도 심각한 후과를 초래하고 있다. 며칠씩 부모의 얼굴조차 구경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친구들끼리 어울리며 음주, 싸움, 흡연 등 어른들을 걱정시키는 ‘방황’에 빠지기도 한다.


‘당의 방침’ 앞에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오늘날 사회주의노동법은 북한 노동자들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가오는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북측 노동단체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행사 관계자들이 북한 노동단체 간부들을 만나게 되면 “마르크스도 울고 갈 북한당국의 노동착취를 이제는 좀 줄여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대신 전해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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