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는 공장 관리일꾼들 대폭 정리한다”

▲ 북한 공장 관리일꾼 협의회

최근 북한당국이 가동을 멈춘 지방 산업공장, 기업소 관리 기구를 대폭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진 주민 유근호(가명)씨는 “내가 다니는 공장은 일감이 없어 지배인, 당비서만 출근한다. 자재과장, 생산과장도 아침에 출근도장만 찍고, 개인 볼일 보러 뿔뿔이 흩어진다”며 “상부에서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취한 조치 같다”고 18일 전했다.

김씨는 “시 인민위원회에서 가동을 멈춘 공장들을 장악해 과장제만 남겨두고, 지도원제를 없애고 있다. 청진에 노는 공장들이 많아 이렇게 정리된 간부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공장들이 일감이 없어 노동자들을 8.3생산(인민 소비품생산 명목으로 벌이는 부업활동)에 내보낸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8.3 생산’에 가면 시간만 버리고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8.3 생산에 참가했다’는 명목으로 한 달에 1만원씩 공장에 바치고 장마당 등에서 각자 장사해 먹고 산다.

이 때문에 공장 관리일꾼들도 텅빈 공장을 지키면서 ‘경비원’ 소리를 들은 지 오래됐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바친 돈으로 자기 월급을 해결하고, 나머지는 국가에 돈을 바치고 있다.

또 청진 00공장 노동자 박모씨는 “우리 공장 노동자들은 장사나 농사를 해서 자체로 먹고 살지만, 간부들은 8.3으로 번 돈이나 축내고, 국가 배급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일꾼들이 하는 일이란 고작 노동자로부터 돈이나 거두고, 출근부나 정리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은 돈 바치고 배급도 못 타는데, 이들은 직장에 할당되는 배급을 제일 먼저 챙긴다”고 말했다.

시·군마다 100 여개 지방공장, 기업소

북한은 60년대부터 전시 물자공급을 위해 지방산업을 균형있게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시·군마다 식료공장, 편직공장, 철제공장, 도자기공장, 제지공장 등을 다양하게 배치했다.

비록 노동자 50~100명 규모의 중소기업들이지만, 보조 기업소까지 합하면 한 개 시·군에 공식 등록된 공장 기업소는 100여 개가 넘는다. 이 공장들은 국가계획위원회로 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도·시·군 인민위원회 지방공업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북한은 계획경제 관리시스템에 따라 지배인에게 공장을 위임하고, 참모장 격인 기사장과 그 밑에 생산과, 자재과, 후방과 등 관리부서를 두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경제의 만성적인 부진으로 공장이 대부분 가동을 멈추면서 관리일꾼들도 할일이 없게 된 것이다.

국가는 이런 사람들이 일하지 않고, 출근만 해도 배급과 돈을 줘야 한다. 때문에 북한당국은 부실한 공장 기업소의 기구를 대폭 줄여 국가의 부담을 덜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10기 1차 회의를 계기로 주석제를 폐지하고 정무원을 내각으로 개편하면서 행정기구를 대폭 줄인 바 있다. 이에 따라 도·시·군 산하 행정위원회와 인민위원회가 통합되면서 관리부서도 대폭 줄었다.

따라서 이번 지방공장 관리부서 대폭축소를 계기로 내각과 인민위원회의 기구축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