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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세대교체에 주력했던 북한당국이 최근 ’노세대’를 다시 기용하는 등 실리주의에 입각한 개혁정책에서 후퇴하는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25일 평양시 반미 군중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방철갑 신인 평양시 인민위원장은 75세가 넘는 구세대. 전 해군사령관 출신으로 90년대 초 요덕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으나 복권된 뒤 은퇴했으나 다시 등용됐다.
또 북한은 평양시 인민위원회 당 책임비서에도 역시 은퇴했던 75세의 라정빈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60대 초반의 작가 출신인 김진성 문화상을 6개월만에 해임하고 70대의 강능수 전 문화상을 다시 기용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당 및 군부 핵심부의 요직을 제외하고는 내각의 행정 및 경제부처와 대남부문은 물론 군부 주요 지휘관을 30-40대로 물갈이하면서 50대 이상은 차관급 이하 실무급에 등용되기 힘들다는 세대교체 분위기가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방 위원장 등 이미 은퇴했던 노세대를 다시 등용하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세대교체로 인한 체제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간부들에게 “이제는 혁명의 대가 바뀔 시점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 간부들을 등용하면 적들이 그들을 물먹이기 쉬울 터이니 나이 든 사람들을 간부로 등용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세대교체로 인한 북한의 불안감은 노동신문 등 각종 언론 논조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북한 언론은 올 들어 미국 등이 벌이는 대북 심리전의 주요 타깃이 젊은 세대임을 지적하면서 이들 세대가 변질되면 1, 2세대가 개척하고 토대를 닦은 혁명위업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1, 2세대가 일제 식민통치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개인보다 체제와 이념을 앞세운다면 이를 겪어보지 못한 전후 3, 4세대는 9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통해 삶을 중시하면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세대교체를 핵심으로 하는 정책에서 체제보위 및 이념지향의 구세대를 핵심 요직에 등용하는 것은 경제난 등의 어려움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평양시 인민위원장이나 문화상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책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직책까지도 노쇠한 구세대를 등용하는 것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걷고 있는 개혁적 움직임을 외면하는 반역사적 행위로 평가된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노간부들은 각종 개혁조치들을 외면하고 뇌물수수 등 비리행위를 저질러 체제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걸림돌이 되면서 주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문가는 “나이가 개혁과 반개혁을 나누는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이념에만 충실한 구세대가 물러나고 실용주의적인 새세대가 등장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중국 지도부의 세대교체 등이 이런 흐름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한데는 국민감정을 고려해 반부패에 역점을 둔 것도 무시할 수 없다”며 “구태를 반복하는 구세대의 등용은 민심이반을 부채질해 김정일 정권의 정책 추진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