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냉각탑 폭파로 북.미 ‘핵불신’도 녹을까

북한이 6자회담의 재개에 앞서 폭파키로 한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은 북미간 핵대립과 불신의 상징물이다.

미국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가동을 중단한 뒤 북한의 합의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방식의 하나로 인공위성을 통해 끊임없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에서 증기가 발생하는지를 감시했다.

영변 핵시설에서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을 미국이 추산하는 데도 냉각탑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은 영변 원자로를 위성으로 24시간 감시하면서 연기가 나오는 기간을 통해 원자로의 가동시간을 추정하고, 5㎿ 원자로에 연료봉 8천개가 장전돼 운용되는 것을 근거로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을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는 점을 역이용, 마른 종이를 태워 일부러 연기를 피워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냉각탑 폭파는 냉각탑의 존재만큼 중요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영변 핵시설은 10.3합의에 명시된 불능화 작업만 모두 마치면 사실상 재가동이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인 만큼 냉각탑 폭파는 실질적 조치라기 보다는 북미관계와 북핵문제의 진전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북한은 왜 냉각탑 폭파 뿐 아니라 그 장면의 세계 공개라는 카드를 쓰려할까.

이미 영변 핵시설의 가동기록까지 미국에 넘겨준 상황에서 북한은 ‘고철덩어리’에 불과한 영변 원자로의 폐기 용의를 명확히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핵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지난 2월 방북 때 평양이 영변 핵시설을 해체해 플루토늄 생산소를 없애는 결정적인 다음 단계로 나아갈 태세가 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는 북한이 더 많은 핵폭탄을 만들거나 더 정교화할 수 없음을 의미하고 플루토늄 수출 가능성이 줄어듦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21일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준 것 자체가 이미 영변 핵시설의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검증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북한에 들어가면 영변 핵시설에서 추출된 플루토늄과 과거 활동을 모두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핵자료의 제공이 김정일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세계에 보란듯이 (핵자료 제공)보다 대범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용의도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금이 냉각탑 폭파라는 이벤트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신고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의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내외에서 여전히 이에 대한 반대론이 강한 상황에서 북한의 냉각탑 공개 폭파는 그 폭발력만큼 국제사회의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도 여론 관리의 필요성에서 북한의 냉각탑 폭파와 같은 이벤트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한 전직 고위관료는 “미국이 이미 오래전 북한에 냉각탑 폭파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북미 양측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5㎿원자로는 노후화가 심각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며 “어차피 폐기해야 할 것을 효과를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시점에 폭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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