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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장면을 생중계하는 것은 북핵 불능화를 대변할 수 있는 결정적 조치가 아닌 미북 양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인 이벤트’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핵 신고 제출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면 24시간 내에 영변 냉각탑을 폭파하고, 이 과정을 전 세계에 생중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은 10일(현지시각) “북한이 평양에 지국이 있는 AP통신 계열의 뉴스영상 전송회사 APTN을 통해 폭파 장면을 직접 중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면 북한은 그로부터 24시간 안에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기로 했으며, 이 과정을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할 과정”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냉각탑 폭파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야망을 접었음을 알리는 뚜렷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영변 위성사진에서 가장 잘 보이는 것이 핵시설 냉각탑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였기 때문에, 이를 폭파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 실질적 의미 없는 이벤트성 조치=영변 원자로 냉각탑은 북한 핵개발의 상징적인 건물로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수증기를 통해 북한 핵개발 활동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변 냉각탑은 북한에게 있어 이미 용도 폐기된 시설로, 냉각탑 폭파가 북핵 폐기 과정에 중요한 조치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북핵 불능화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미북 양국의 정치적인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통일연구원 전성훈 선임연구위원은 12일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냉각탑 폭파는 “기술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자신들의 불능화 의지를 보여주려고 하겠지만 이미 껍데기만 남은 것을 부수는 일은 실속 없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북한은 2006년부터 영변에서 손을 떼고 있었기 때문에 냉각탑 폭파는 실질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며 “영변 핵 활동의 핵심은 핵탄두를 만든 것인데 이것은 건들지도 못했다. 북한의 정치적 드라이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냉각탑 폭파는 2·13합의의 초기 단계가 완료됐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며 “불능화를 완성했다는 상징적 의미로 국제사회의 구체적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우리가 원했던 원자로의 핵심 분야 제거가 아니라 냉각 계통만 떼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낮은 단계의 불능화에 불과하다”며 “미북 양국의 정치적인 의미를 포함한 이벤트성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 北, 플루토늄 추가 생산능력 정지=미국은 11일 배포한 국무부 대변인실 자료(fact sheet)를 통해 “북한이 북핵 시설 불능화와 관련해 11가지 조치 중 8개가 종료됐으며, 영변 원자로 폐연료봉 추출 작업의 경우 3분의 1 이상이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북한이 지난 8일 1만 8천여 쪽에 달하는 핵프로그램 관련 자료를 미 대표단에게 제공했다고 공식 확인하며 이같이 전했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급 플루토늄 추가 생산능력은 정지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북한이 이번에 미 대표단에 제공한 자료는 영변 소재 5MW 원자로와 사용 후 연료봉 재처리 시설의 운용기록들로 플루토늄 추출량, 핵시설 가동일지, 목록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 운영기록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이 문서는 미국 검증팀과 다른 전문가들에 의해 전체적으로 조사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나 전 연구위원은 “북한이 제출한 1만 8천 여 쪽의 자료 제출에 대해서도 언론들은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정밀한 검증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도 “기본적으로는 원자로 내부에 들어가서 샘플링(sampling)을 하고 사용된 연료봉으로터 정확한 측정을 하는 검증과정이 필요하다”며 “아직은 자료만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전망을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단계”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또한 “5월 8일 제공된 검증일지는 북한의 핵신고가 완전하고 정확한 것인지를 검증하는 절차에 있어서 첫 번째 스텝(step)”이라며 “미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계속해서 북한이 10·3선언 하에 약속한 항목을 이행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