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철저한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의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서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에 당국의 통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강연을 따로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인민반이나 직장 아침조회, 저녁 총화, 그리고 생활 총화 등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당(黨)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얼마 전에는 몇 명이 보위부에 불려가서 야단을 맞기도 했다”며 “보위부는 ‘국가적인 움직임에 당과 한목소리로 이야기하지 않고 조금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불평불만을 이야기 한다’고 꾸짖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은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내세운 주요 과제 중의 하나다. 실제 김 위원장은 당시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 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고지도자의 이 같은 ‘교시’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이 올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등 남북관계에서 획기적 진전이 있었지만, 일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회담을 한다고 개변되는 게 없다’, ‘내 생활이 힘든데 회담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등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한 당국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당의 노선에 반대 혹는 불만을 표출하는 주민들을 단속하고 나섰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내부 동요를 철저히 차단함으로써 체제 결속을 다지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이 같은 주민단속은 북한 근로행정단위의 최하위 조직책임자인 인민반장 선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체제를 구성하는 가장 아랫단위에서부터 주민들에 대한 단속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대체로 말(言) 반동은 잡아가지 않았는데, 어떤 인민반장은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입 닫고 있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며 “한 마디로 ‘잡소리를 하지 마라, 까딱하면 온 가족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주민들이 화를 입을까 두려워 정상회담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의 움직임이 모두 자료화되고 있다’는 말들도 오가고 있다”며 “동향자료 수집에 대한 우려로 사람들이 조금씩 위축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