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부 종교확산, 당국 ‘긴급교육’ 실시

“적들의 종교, 미신행위 침투책동을 막는가 못 막는가 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주의를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사활적인 문제이다.”

지난 6월 북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에서 발행한 ‘화선식 정치선전 수첩’의 일부분이다. ‘화선(火線)식 정치선전’이란 말 그대로 현장에서 벌이는 선전활동이다. 긴급한 사안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DailyNK에서 입수한 약 200 페이지 분량의 이 문건에는 종교뿐 아니라 무직건달, 뇌물, 장사행위 등에 대한 경고성 교육내용도 담고 있어 현재 북한당국이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지 우회적으로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청년들은 종교 미신행위를 반대하여 견결히 투쟁하자’는 제목의 교육자료다. 최근 신의주에서 비밀예배를 보던 북한 주민 80여명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북한인권단체들을 통해 전해지면서 미국 상원의원들이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종교에 대해 내부적으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이 자료는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외부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내부적으로는 철저히 탄압하면서 ‘종교를 믿지 말라’는 주민 교육을 계속해왔다. 이번 문건에는 종교의 허황성과 해독성, 대처방안 등 3개 주제로 나누어, 5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걸쳐 주민들을 상대로 반(反)종교 교육 내용을 담고 있다.

‘미신’ 예로 中 법륜공 언급

문건은 “미 제국주의자들과 남조선 괴뢰들은 우리를 사상정신적으로 무장해제시켜 우리 혁명대오의 일심단결을 허물고 와해시키려고 미쳐 날뛰고 있다”면서 “그러므로 우리는 종교미신 행위의 허황성을 똑바로 알고 그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종교라는 것은 있지도 않은 하느님이나, 그 어떤 ‘신비로운 힘’을 가진 신에게 자기의 운명을 의탁하고 무조건 순응할 때에만 살아서 복을 누릴 수 있으며 죽어서도 복을 누릴 수 있다는, 또 죽어서도 그의 령혼(영혼)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허황된 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북한이 종교의 허황성을 소개하면서 중국의 법륜공(法輪功 ; 파룬궁)을 예로 들고 있는 점.

“가까운 실례로 1990년대에 새로 발생한 반동적인 교리인 ‘법륜공’을 들 수 있다. (중략) 중국의 일부 사람들이 ‘법륜공’ 창시자 이홍제의 말을 믿고 죽어서도 천당에 가겠다고 하면서 ‘법륜공’ 수련생으로 되었다가 집단적으로 자살하는가 하면, 병이 나도 치료를 거부하고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하여 중국만이 아닌 세계적으로 ‘법륜공’을 반동적인 것으로 락인(낙인)하고 이를 반대하여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1999년 4월 25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법륜공 수련생 1만 5천여명이 법륜공 합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후 법륜공을 ‘사악한 사교(邪敎)집단’으로 규정해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법륜공 탄압은 “공산당에 필적할 만한 조직화된 세력의 싹은 조기에 잘라버리겠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으며, 북한 역시 비록 정치적 세력이 아니더라도 체제 내에 어떠한 형태이든 조직화된 집단이 생겨서는 안 되는 입장에서 법륜공을 종교 미신행위의 예로 든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서 말하는 ‘집단 자살’은 2001년 1월 중국관영 CCTV가 보도한 천국행을 바라는 법륜공 수련생들의 집단 분신자살을 말하는 듯하다.

이 사건 이후 중국 국민들 사이에 법륜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었으며, 법륜공 수련생들은 “조작된 화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건에 나온 ‘이홍제’는 법륜공 창시자 이홍지(李洪志 ; 리홍쯔)의 잘못된 표기로 보인다. 문건에는 “중국만이 아닌 세계적으로” 법륜공을 반대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으나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법륜공 수련을 단속하는 국가는 없다.

고무풍선 성경책, 지하 선교활동도 언급

또 문건에는 “극히 일부분이긴 하지만 일부 사람들 속에서 종교 미신행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북한 당국의 종교탄압에도 불구하고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적발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새세대들 속에서 사주팔자를 보러 다니고 내 팔자는 어떻소 하고 팔자타령을 하게 된 것”이라는 표현은 북한 내부에 점쟁이나 관상을 보는 사람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선교단체에서 풍선에 성경책을 매달아 북한으로 보내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이 운동이 북한 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또한 북한 내부에 종교를 전파하려는 지하 비밀 선교사들이 파견되고 있다는 사실도 등장한다.

“적들은 고무풍선에 성경책을 비롯한 불순 록화물(녹화물)을 매달아 우리 내부에 들여보내고 사상정신적으로 흐리터분한 자들을 매수하여 우리 내부에 종교 미신행위를 퍼뜨리려고 별의별 교활한 짓을 다하고 있다.”

문건은 “(종교의) 자그마한 요소도 우리 내부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적들의 반공화국 책동을 단호히 짓부시고 주체의 강성대국 건설을 다그치는데 적극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화선식 정치선전 수첩’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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