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부정비 마치고 대외구도 새판짜기

북한이 지난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9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를 통해 김정일 3기체제를 공식 출범시켜 내부정비를 마친 뒤 대외적으로 비타협적인 공격적 외교에 나서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로켓 발사가 임박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경고 수위가 높아진 지난달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월 `생일파티’ 연설을 비교적 자세히 전하면서 “강경에는 초강경 대응하는 것”이 그의 난국 돌파 방법이라고 강조했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로켓 발사 뒤 닥칠 후폭풍을 충분히 인식했지만 내부 정치 일정과 대미 협상의 토대 마련 차원에서 로켓 발사를 강행했으며, 발사 후 가중되는 국제사회의 압박엔 초강수로 대응해나간다는 시나리오를 마련해뒀음을 의미한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행동에 “굴복해선 안된다”고 23일 의회 청문회에서 강조했지만, 북한 정권 입장에서도 외부의 압박에 굴복하면 계속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 위기수위를 높여가는 `공격적 외교’를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은 위기를 고조시키는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정책에 정면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초강경 외교’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직후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절대 불참”과 불능화 중단 및 영변 핵시설 재가동, 플루토늄 재처리 선언을 통해 가시화했다.

특히 평소 북한의 입장을 비공식 대변해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2006년 7월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후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자 3개월만인 그해 10월 지하 핵시험을 실시한 사실을 거듭 상기시키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압박하면 할수록 조선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더 확고한 것으로 다져 나갈 것”이라고 제2차 핵시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은 24일엔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억류중인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재판에 회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교롭게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대북 굴복 불가’ 언명 이튿날 취해진 조치로, 여기자들을 대미 압박의 `인질’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앞서 미국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타진했음에도 북한이 이를 거부한 것은 대미 대화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장거리 로켓 발사와 김정일 3기체제 출범 등 자신들의 일정을 소화한 뒤 그 토대 위에서 오바마 미 행정부와 외교전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등 우방과 외교를 통해서도 ‘강경에는 초강경’이라는 대외 메시지 전달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 박의춘 외무상은 2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라브로프 장관의 6자회담 복귀 설득에 “6자회담 불필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이 24일 밝혔다.

북한은 특히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함께 이번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경한 조치를 사실상 주도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한국과 일본도 참여하는 6자회담 거부 입장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선 개성공단 카드를 통해 대북정책을 전환할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조건에 관한 재협상을 벌이자는 북한의 회담 제의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미 북한 국방위원회가 작년말 개성공단에 대한 실사작업을 마쳤고 이번에 전달된 통지문에도 “위임에 따라”라고 명시돼 군부의 강경한 대남 조치의 일환일 가능성이 더 크다.

재협상 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이 임금과 토지임대료의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고 우리 정부나 사업자는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결국 북한은 통지문에 명시한 대로 “상응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행동에 대한 굴복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지만 2006년 전반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 압박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시험으로 이어진 반면 핵시험 직후 북미직접 대화를 통해 `2.13합의’를 비롯해 비핵화 과정이 본격화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미국과 대화가 본격 시작되기 전까지 핵문제, 미사일의 개발.시험.수출, 억류한 미국 여기자들 재판, 남북간 군사적 대치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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