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북미 순방을 마친 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통해 북한의 불능화 이행과정과 북한 핵시설 및 핵활동 신고상황에 맞춰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면제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의 발언은 북핵 6자회담 10∙3합의에서 미국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와 북핵 불능화 연내 완료 등의 조치를 ‘병렬적’으로 진행하기로 한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9일 우리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연내 불능화 완료에 맞춰 미국의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교역법 해제를 해주기로 했다는 10∙3 이면합의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핵 불능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약속한 테러지원국 해제도 조만간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미 양국 외교 수장들이 합의내용까지 공개한 만큼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에 따라 미국의 관계개선 조치가 순차적으로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영변에서는 미국 핵전문가 등 총 9명의 불능화 팀이 이달 1일 방북, 영변 5MW 원자로, 연료봉 제조시설, 방사화학실험실 등 세 곳에 대한 불능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8000개의 폐연료봉 인출을 위해 준비작업 중이다.
폐연료봉 인출 작업은 최소 6주가 걸린다. 따라서 폐연료봉 인출작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불능화 조치가 연내에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연말 불능화 시한에 맞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발효 희망일 45일 전인 이달 16일까지 미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연말까지 테러지원국 해제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불능화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핵물질 신고는 아직 불확실하다. 1일 베이징 미북회동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물질 신고에서 북한은 약 50kg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관련 해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신고서가 미국의 기대수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행동대 행동’의 원칙을 강조하는 미국 입장에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국방연구소 김태우 군비통제연구실장은 “북한은 플루토늄 생산과정은 신고하겠지만 사용처 즉 몇 개의 핵무기를 제조하고 얼마만큼의 플루토늄이 남아있다라는 것은 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북한이 신고서를 이번 주 내 제출해도 그에 대해 미측의 평가까지 이뤄지자면 빨라도 이달 말은 되어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관련 조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대다수 외교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 의회가 2∙13합의 이행을 합격점으로 간주할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특히 핵물질 신고에서 핵무기가 빠져 있기 때문에 이른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도록 폐기돼야 한다)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내년 1월 부시 대통령의 연두 교서 전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진행될 가능성은 낮고, 정황상 내년 2~3월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미국이 계획하는 내년 비핵화 완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김태우 실장은 “북한의 적극적인 불능화 조치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가 북핵폐기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북한의 핵폐기는 미∙북수교와 맞물려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한 교수는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해제가 낙관적이지만 북핵폐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회의적”이라며 “최근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핵폐기를 결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의 핵무기를 묵인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