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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밀 공작원에 의해 납치돼 월북 미군 병사 조 드레스녹씨의 둘째 부인(97년 사망)으로 살았던 동유럽 여성은 1978년 이탈리아에서 실종된 루마니아 화가 도이나 붐베아 씨로 확인됐다고 루마니아 일간지 ‘에베니멘툴 질레이'(Evenimentul Zile)가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루마니아 신문은 지난 2006년 제작된 영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휴전선을 넘어서’에 등장한 월북 미군 조 드레스녹의 동유럽 출신 둘째 부인이 도이나 붐베아 씨라고 보도했다.
다큐멘터리에서 붐베아 씨로 추정되는 이 여인은 1997년 1월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신문에 따르면 붐베아 씨의 루마니아 가족들이 ‘휴전선을 넘어서’를 보면서 드레스녹의 아들인 ‘게이브리엘’이 붐베아 씨와 놀라울 정도로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아들의 이름 또한 붐베아 씨 남동생의 이름과 같았기 때문에 가족들은 드레스녹의 사망한 둘째 부인이 지난 1978년 실종된 붐베아 씨가 틀림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붐베아 씨의 동생 가브리엘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믿을 수가 없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드레스녹의 아들의 모습을 보고 눈, 코, 입술이 누나나 나의 딸과 너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누나가 아들 이름을 나와 같은 이름으로 지었다는 것이다. 게이브리엘 드레스녹이 조카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붐베아 씨는 1970년 초부터 이탈리아에서 거주하면서 루마니아에 있는 가족들에게 2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하곤 했다. 화가였던 붐베아 씨에게 한 이탈리아 남성이 일본에 있는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한 후 1978년 10월 가족들과 연락이 두절되면서 실종됐다고 한다.
한편, 월북 미군으로 북한에서 40년을 살다 일본으로 건너온 찰스 젠킨스 씨의 수기에 따르면 납치 피해자 였던 일본인 아내의 외국 친구 중 루마니아 여성도 한 명 있었다고 한다.
이 여성은 1978년 이탈리아에서 납치돼 1997년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평양에서 살았으며, 북한에서 20여년간 살면서 공작원들에게 외국 문화와 루마니아어 등을 가르쳤다고 젠킨슨 씨는 증언했다.
루마니아 언론에 따르면 젠킨스 씨의 책이 출간된 후 루마니아 외무부 장관은 북한 정부에 루마니아 여성이 1970년대 말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 당한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북한 정부는 아직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터리체아누 루마니아 국무총리는 일본의 아베 신초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납치된 루마니아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일본 납북자구조연합이 지난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남한과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12개국에서 최소한 523명을 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인이 485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인 16명, 레바논인, 말레이시아인 4명,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3명, 마카오 출신의 중국인과 네덜란드인 2명, 태국인, 루마니아인, 싱가포르인, 요르단인이 각각 한 명 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