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납치됐다’ 선전해도 주민들 “도망갔다”

북한 당국이 지난달 11일 귀순한 북한 주민들에 대해 “남한에 납치당했다”고 선전·교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해상을 통한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조업용 선박 출항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관련된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 김책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계급적 원수들의 반공화국 책동에 높은 경각성을 가지고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내용의 인민반 회의가 지난달 27일 열렸다”면서 “인민반장이 회의 말미에 ‘6월 초에 서해에 고기잡이 나갔던 사람들을 남조선에서 납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민반장은 최근 철저한 신원 확인 등 출항 단속이 한층 강화된 것과 관련한 주민들의 불만에 “지금 정세가 긴장돼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설명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배꾼들을 통해 서해 이야기를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해도 분수가 있지’라고 하면서 회의 내용을 믿지 않았다”면서 “동해는 파도도 세고 수심도 깊어 남조선에 가기가 힘든데 왜 단속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책 등지에는 해마다 6~9월 오징어 철이 되면 외부 장사꾼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일정액을 선주(船主)에게 주고 오징어를 잡은 다음 이를 다른 지방에 팔아왔다.


선주들도 기름값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이 같이 비법적인 방법을 통해 ‘돈벌이’를 해왔다. 현지 주민들도 이 시기에 오징어를 잡아 1년 생계를 꾸려왔다. 하지만 최근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 같은 ‘돈벌이’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요즘 낙지(오징어의 북한식 표현)철인데 배꾼(어업종사자)들을 단속해 낙지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오르고 있다”며 “장사꾼들도 낙지를 넘겨받지 못해 불만이 대단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북중 접경지대 주민들에게도 ‘탈북문제’를 교양하면서 ‘서해 납치설’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산 소식통은 “26일 ‘남조선 괴뢰들의 회유와 기만에 속아 탈북을 하는 반역자들은 조국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한다’는 내용으로 담당보위원의 강연이 있었다”며 “보위원이 ‘서해에 고기잡이 나간 사람들을 남조선에서 납치했다’고 말하면서, 각별히 주의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현재 이곳에는 탈북자 가족들을 통해 ‘(귀순자들이)남조선에 배를 가지고 튀었다’는 말도 돌고 있어 이번 회의를 듣고 주민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일부 주민들은 ‘남조선에서 납치했다면 신문이나 (TV)보도에서 떠들 텐데 보위원이 회의를 하는 것은 우리가 달아날까봐 미리 침을 놓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16일 전화통지문을 통해 남측에 귀순 주민 9명에 대해 “귀순의사니 뭐니 하면서 즉시 돌려보내지 않으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조속히 송환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자유의사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