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 `답신’ 거부..전문가 진단

북측이 3일 `긴장조성 행위 중단’과 `불가침 합의 준수’를 천명한 군 당국의 전통문 내용을 거부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압박공세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했다.

또 북 측이 이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강력반대’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에 남북관계 경색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북 측이 베이징 올림픽 등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을 우려, 급격한 군사적 긴장 고조 조치 등은 취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특히 북측이 우리 합참의장의 발언을 왜곡, 악용하는 등 우리 군과 정부, 그리고 국민을 분열시키려는 정치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에 남측 내부적으로 우리 군에 대한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아마도 예정됐던 내용 같은데, 첫째 내용적 측면에서 남측의 대북정책, 즉 김태영 장관 발언의 사과를 요구했던 것이니까 남측의 입장이 북측으로서는 용납이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남측의 대북정책과 같이 큰 전략적 틀에서 보면 북측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판단이 이미 끝난 상태에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남측 정부 또는 기관의 해명, 유감표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즉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남북관계로 인한 태도 변화는 없을 것이며 오히려 대남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긴장 조성을 통한 대남압박도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일정한 진전이 있다든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의 대북 화해 제스처 없이는 당북간 남북간 경색 국면이 변하기 힘들겠다.

군 대응이라 함은 군사적 관점에서 남에 대한 대비와 군사적 대응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 군사 훈련 강화 등을 말하는 것 같다.

▲김성배 한국안보전략연구소 책임 연구위원 = 북측의 반응으로 볼 때 지금까지의 대남 압박 기조를 유지,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직성이 강한 북한 군조직의 특성상 남북관계의 경색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군대응 조치가 무엇인지 현재로서는 확실치 않지만 북한군이 이미 1차 예고한 대로 남측 당국자들의 출.입경을 엄격히 막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측의 선제공격 발언을 문제삼았던 만큼 군사적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군이나 주한미군의 정찰 활동에 대한 민감한 대응, 중.단거리 미사일이나 포대 훈련 실시, 일부 전력의 전진 배치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상황 악화에 따라서는 북방한계선(NLL)이나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우려된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을 고려, 한반도에서의 급격한 군사적 긴장고조를 초래할 수 있는 국지전적 성격의 도발이나 군사적 충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저강도의 조치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막바지에 있는 북.미 간 핵신고 협상이 마무리돼 6자회담이 진전된다 하더라도 남북관계는 당분간 조정 내지 경색 국면이 불가피해 보인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군사현안팀장 = 우리측 전통문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국내외 정세를 고려할 때 북측이 `충분히 이해한다’고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북측은 우리 합참의장의 발언을 왜곡, 악용해 우리 군과 정부, 국민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남북 경색, 남북 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 군사 지도자와 군에 떠넘겨 북한에 대한 새로운 원칙과 정책을 흔들려 하고 있다. `군사적 대응’을 운운하는 것은 분명히 협박이다.

예상 가능한 군사적 대응 조치로는 서해상에서 남측을 자극하는 군사력 시위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또 국방백서에서 주적개념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일정기간 군사 당국자간 대화를 중단한 선례와 같이 남북 간 군사당국자 대화 중단을 선언할 수도 있고 이는 경제협력에 대한 군사적 보장 논의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6년 10월 북측이 핵실험을 예고하고 실제로 이행했던 점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낮더라도 북한의 다양한 군사적 도발에 대비한 감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정치공세 목적이 군과 우리 사회의 분열임을 감안할 때 내부적으로 군의 입장을 확고하게 지지할 필요가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 = 북측이 예상보다 답신을 빨리 보냈는데, 남측으로부터 어떤 식으로 답변이 올 지에 대해 예상하고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사실 자체가 북측이 어느 정도 긴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세운 것으로 보인다. 즉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북측이 이전에 밝혔듯이 군 당국자의 방북을 제재할 것이고 남측 당국자들이 올라가는 것도 제한할 수 있다.

무력충돌까지 갈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북한 군부가 그동안 양보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다시 거둬들이는 조치, 즉 개성공단 일반 기업, 금강산 관광 등 육로를 통한 민간 교류를 경우에 따라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측의 입장에서도 손해를 입는 전반적인 사업 중단 등 극단적인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부드러운 표현을 한다든지 북측이 요구하는 사과나 취소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으로, 어제 우리가 보낸 답신 자체가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입장을 바꾸기도 어렵고 북측 입장에서도 최근 일련의 행동을 뒤집을 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에 지금 수준에서 군사적 긴장이 오래 갈 수도 있다.

다른 부분에서 갈등이 있어도 군사적 긴장이 없으면 풀기가 쉬운데 지금은 반대 상황이라 더 어렵다. 북핵 2단계 문제 해결 등 국면이 호전돼서 북한 군부의 입장이 누그러질 수 있는 상황이 되기 전에는 남북 경색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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