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측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남한내 핵배치 주장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 주장의 진정성 여부는 둘째치고 일단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신경전 내지는 선전 차원의 주장이라는 시각이 있으며 가능성 차원에서 예상되어온 북미 핵군축 회담 주장에 앞서 미리 운을 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8일로 베이징(北京)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11.28~29일)이 끝난 지 9일이 지났지만 미국의 초기 핵폐기 제안에 대한 북한의 공개적인 반응은 아직 없다.
그 대신 언론 등을 통해 미국이 한반도와 주변에 핵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며 핵위협이 지속되는 한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슬쩍슬쩍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을 계속 언급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처럼 남한에 핵무기가 아직 존재한다는 식의 주장은 다소 생경하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반응이다.
북측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개념상으로 존재하는 미국의 `핵우산’ 공약 철회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지만 그간 북한이 남한에 핵무기가 남아 있다는 주장을 편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주장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 당국자들은 대체로 황당해하면서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분위기다.
북한의 `남한 내 핵무기 배치’ 주장이 근거를 갖고 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회담 재개를 앞두고 신경전을 펴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 북한의 이번 주장이 차기 회담에서 다른 회담 참가국들이 핵실험에 대한 유감을 표하고 사과를 요구할 가능성 등에 대비해 핵보유의 당위성을 재차 피력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어쨌거나 북한의 남한내 핵무기 배치 주장은 6자회담의 성격을 핵군축 회담으로 바꿔야 한다는 일종의 `희망사항’과도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은다.
북한은 10월9일 핵실험 후 6자회담의 성격을 군축회담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 적은 없지만 `핵군축 회담은 불가능하다’는 일본측 주장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핵군축 회담 카드를 버리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때문에 최근 제기되고 있는 남한내 핵무기 배치주장은 차기 회담에서 그런 주장을 본격적으로 펴기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던진 카드가 아니냐는 것이다.
배경이야 어쨌든 이번 주장이 제기된데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의 핵폐기 제안을 쉽게 수용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달 28~29일 북미 수석대표 회동에서 미국이 던진 초기 핵폐기 조치 및 보상 조치를 선선히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차기 회담을 시작하지는 않을 것임을 다소 황당한 주장을 통해 예고한 것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6자회담이 `조용히’ 열리지는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하는 북한의 `우회적’ 반응이라는 해석인 셈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