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우리 측 인명 6명이 실종·사망한 ‘임진강 사태’에 대해 북측 책임 있는 당국의 충분한 설명과 사과를 촉구해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전날 북측은 우리 정부가 대북 통지문을 보내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고 원인을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관계기관’ 명의로 “댐 수위가 높아져 방류하게 된 것”이라는 단 두 문장의 답변만을 해왔다.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댐 수위 조절에 따른 방류’라는 해명도 강수량 등을 분석했을 때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불과 6시간 만에 신속히 답장을 보낸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남북간 화해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것, 남한 내 여론 악화를 고려한 것, 남남갈등 유도설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북측이 남측 당국의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댐을 방류했지만 인명 피해까지는 고려하진 못해 당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정부 당국자는 “식량난 등으로 남측의 지원이 절실해 신속히 해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운 후계구도’와의 연관설도 정부 내에 등장했다. 한 당국자는 “김정운 추종자 등 일부 세력이 사건을 계획적으로 실행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내부적으로 문제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해명이 미흡하다며 의도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은 북한 측의 댐 방류 이유에 대해 ▲황강댐의 정비보수 ▲둑이 터지거나 붕괴위기 사태 발생 ▲기술적 오류(예성강 수문 대신 임진강 수문 개방) ▲남북관계 불만 표시 및 수공(水功) 능력 과시를 위한 의도적 방류 등으로 추정했다.
황강댐 건설에 참여했던 한 탈북자는 부실공사에 따른 붕괴위험에 따른 방류라고 주장했다.
그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겨울에 발전기도 돌려야 하고 봄에는 농수로 써야 하기 때문에 지금 시기는 물을 방류하는 시기가 아닌 물을 계속 채워두는 시기”라며 “언제(댐)가 붕괴 위기가 처해지자 주민들에게 알리기 전에 물을 방류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남측 여론은 오히려 악화되는 분위기다. 때문에 북한의 사과와 추가 해명이 있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진전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성진 씨 석방, 연안호 송환, 조문단 파견, 12·1조치 철회 등 일련의 유화책을 내밀었던 북한의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에 따라 남북관계의 개선의지를 진정성을 판가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